이미지 크게보기수색 11일 경기 수원시 매교동 수원천 산책로에서 경찰이 토막시신의 일부가 추가 발견된 지역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수원 팔달산 ‘토막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조선족 여성 김모(48) 씨로 살해 용의자와 동거를 해오다 잔인하게 살해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1일 오후 11시 30분 수원시 매산로 S모텔에서 시민제보에 의해 조선족 여성 김모(48) 씨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조선족 동거남 박모(55) 씨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또 국과수 DNA 검사결과 11일 수원천에서 추가로 발견된 검은 비닐봉지 6개에 들어있는 살점 수십 점과 지난 팔달산에서 처음 발견된 장기 없는 상반신 시신이 모두 동거녀 김 씨의 신체부위인 것을 밝혀내고 나머지 시신도 팔달산 일대에 버려진 것으로 보고 박 씨를 추궁하고 있다.

◇검거 공신은 시민 제보 = 경찰은 11일 팔달구에 거주하는 박 씨가 11월 말 월세방을 가계약하고 연락이 두절됐다는 이웃 주민의 112신고를 받고 박 씨 거주지 현장을 급습, 감식을 실시했다. 그 결과 방과 주방 등에서 사람 혈흔 반응이 피해자 시신과 동일한 혈액형(A형)으로 나타나고 시신과 살점을 담아 유기하는데 사용한 검은 비닐봉지와 동일한 비닐봉지를 발견, 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행방을 추적했다.

경찰은 박 씨가 가명을 사용하고 수원에서 피해자와 동거했다는 점을 파악,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다른 여자 친구와 함께 투숙하기 위해 모텔에 들어가려는 박 씨를 검거했다.

◇범행 수법 및 동기 = 박 씨는 둔탁한 흉기로 김 씨를 살해한 뒤 잔인한 수법과 대범한 방법으로 사체를 비닐봉지에 담아 팔달산 등산로 주변과 수원천 산책로 등에 내다 버렸다.

경찰은 박 씨가 성범죄 목적보다 동거녀 김 씨의 변심에 앙심을 품고 보복하기 위해 잔인한 수법으로 김 씨를 살해하는 등 치정에 의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박 씨가 잔혹한 범죄수법으로 볼 때 또 다른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용의자 박 씨는 한국에 수년 동안 체류하면서 한국 국적을 취득, 각종 공사현장에서 일용직 일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허술한 수사 과정 = 경찰은 11일 추가로 발견된 비닐봉지 안에 있는 여성의 속옷 사이즈가 큰 것으로 미뤄 피해자가 덩치가 큰 40대 여성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벌여오다 시민의 결정적인 제보로 용의자를 검거했다.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주민 신고가 없었다면 미궁으로 빠질 뻔한 것이다. 또 수색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원천 현장 주변에는 단서가 될 만한 물건들이 널려져 있기도 했다. 또 박 씨의 묵비권 행사로 나머지 사체 부위의 행방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수원 = 오명근·송동근·고서정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