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아직 17.6도 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온도가 지난해 절반 수준인 17.6도에 머물러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예년보다 일찍 강추위가 찾아와 온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주요 자선단체의 모금 열기가 쉽사리 달아오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모금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일 주요 자선단체들에 따르면 잇따른 경제불황으로 기업과 개인 기부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으면서 대부분 모금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20일부터 ‘연말연시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3일 현재 모금액은 총 498억2197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017억6280만 원을 모금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적은 수준이다. 광화문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온도도 같은 날 기준 15도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시점에선 32도에 달했지만, 올해는 절반 수준인 것이다. 5일 기준으로도 사랑의 온도탑 온도는 17.6도에 머물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올해 모금 목표액은 전년보다 158억 원 많은 3268억 원이다. 지난해에도 모금 시작 초기에 다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어 모금 목표액을 달성한 만큼, 올해도 대대적인 성금 모금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독거 노인 등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연탄을 지원하고 있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도 도움의 손길이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현재까지 후원받은 연탄량은 총 160만 장가량으로 지난해에 비해 4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탄 재고량이 얼마 남지 않아 당장 연탄 지원을 계획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달부터 거리 모금활동을 시작한 구세군자선냄비본부와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다른 자선단체들의 모금액 증가세도 전년에 비해 더딘 상황이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 때문에 지원을 기다리는 소외 계층이 더 많은데 후원액이 지난해의 절반에 불과하니 답답할 따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지갑을 여는 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매년 많은 도움을 줬던 기업들도 올해는 사정이 좋지 않다며 후원 계획을 많이 취소했다”고 전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제 사정이 안 좋다 보니 사회공헌 예산을 어쩔 수 없이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