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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미디계를 대표하는 빌 코스비에게는 최초, 최고라는 단어가 따라다닌다. 1937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그는 해군에서 복무하다가 제대하고 코미디계에 뛰어들었다. 1964년을 시작으로 모두 16번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고 이 중 9번을 수상했다. 그의 첫 번째 성공작은 TV 첩보 코미디물 ‘아이 스파이(I Spy)’였다. 1965년부터 1968년까지 방송된 ‘아이 스파이’는 흑인이 주연을 맡은 최초의 미국 TV 드라마였다.

NBC 시트콤 ‘코스비 가족(The Cosby Show·사진)’은 코스비를 미국 중산층의 상징, 미국 문화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그가 연기한 클리프 헉스터블 박사는 모든 자녀들과 아내들의 이상형이었다. 이해심 깊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가족을 돌보고,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헉스터블 박사는 미국 중년남성들의 모범이었다. 코스비 가족은 흑인 가정의 삶을 보여주면서 실제 현실 속에서 백인 가정과 동화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코스비 가족은 1984년 9월 20일 처음 방송을 시작해 1992년까지 8년 동안 장수했다. 지금도 미국 케이블 TV에서는 재방송될 정도로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코스비는 1988년에 아내와 함께 애틀랜타의 스펠먼대학에 2000만 달러를 기증했다. 흑인 대학에 기증된 금액으로는 역대 최고액이었다. 그는 2009년에는 미국 코미디계의 최고의 영예인 ‘마크 트웨인상’도 수상했다. 최근 킹예술센터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엔터테이너이자 인도주의자인 코스비의 모습으로만 그를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스비의 성폭행 고발자인 빅토리아 발렌티노는 “그것은 깨어 있는 악몽”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