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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벌어진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 판권 문제와 이를 둘러싼 감정 싸움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안겨줍니다.

이 문제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판권이 김영사에서 와이즈베리로 넘어가, 이번 주 와이즈베리의 책이 나오면서 벌어졌습니다. 김영사가 2010년 5월 출간한 ‘정의란 무엇인가’(위쪽 사진)는 출간 11개월 만에 100만 부, 지금까지 123만 부가 팔려나간 밀리언셀러입니다. 저자에겐 14억7000여만 원의 인세가 지급됐습니다. 지난 5월 계약이 종료됐을 때 김영사는 계약 연장을 위해 처음 선인세의 10배인 20만 달러(약 2억2000만 원)를 제시했으나, 판권은 이보다 더 많은 액수를 제시한 와이즈베리로 넘어갔습니다. 이에 와이즈베리의 ‘정의란 무엇인가’(아래쪽)가 나오자 김영사는 원제 ‘JUSTICE:What’s the Right Thing to Do?’와는 다른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그대로 사용했고, 기존 번역을 상당 부분 옮겼으며, ‘한국 200만 부 돌파’라는 띠지 카피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해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졌습니다.

출판계의 판권 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이들의 과열 경쟁으로 저작권료는 천정부지로 올랐고, 이름 있는 작가의 책은 출간 2, 3년부터 싹쓸이된 상황입니다. 몇 년 전 대형 문학출판사들이 뛰어들어 벌인 그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1Q84 판권 경쟁’은 그의 선인세를 10억 원대로 올려놓았습니다. ‘화차’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의 역사물을 10권 이상 꾸준히 내온 한 작은 출판사의 경우도 전형적인 예입니다. 이 출판사는 최근 기다리던 미야베의 역사물 신작을 계약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그의 역사물을 꾸준히 소개해 권당 1만 부 정도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키워놨더니, 다른 출판사가 더 높은 액수를 제시하며 갖고 간 것입니다.

보는 시선에 따라 팔릴 만큼 팔린 ‘정의란 무엇인가’의 판권이 이렇게 높게 팔린 것도 새로운 작가, 의미 있는 새 책을 만드는 것보다 이미 검증된 책으로 쏠려가는 우리 출판계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 시장이 언제부터인가 초기에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들여 베스트셀러로 만들고,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이 다시 판매량을 올리는 구조가 되면서 출판사들이 돈을 쏟아부을 만한 책들만 선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같은 마케팅을 출판계의 중심인 주요 대형 출판사들이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씁쓸합니다. 최근 시행에 들어간 도서정가제에 대해 출판계는 책은 문화 공공재로 다른 일반 상품과는 다르게 생각해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몇 가지 일들을 보면 출판계 스스로 이 문화 공공재 시장을 갈수록 현란한 마케팅 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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