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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주인공 이름을 빌린 ‘피노키오 증후군’이 있다고 한다. 거짓말을 하면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딸꾹질 증세를 보이는 선천적인 증후군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 거짓말을 하면 바로 티가 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은 피노키오 증후군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무조건 믿는다. 그래서 문제다. 피노키오 증후군인 사람들의 말이 반드시 진실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진실도 아닐 수 있는, 일종의 패러독스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피노키오 증후군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드라마에서 설정한 가상의 증후군일 뿐이니까.

SBS 드라마스페셜 ‘피노키오’는 ‘만일 세상에 피노키오처럼 거짓말을 하면 바로 티가 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런 사람이 기자가 된다면’이라는 상상으로 시작해 진실이 왜곡되고 은폐되는 우리 사회 언론 현실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다. 언론 보도가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물음으로 시작한 도입부는 상당히 흥미롭다.

실화(失火)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의 헌신적인 진화 작업이 부하 대원을 사지로 몰아넣고 도망쳤다는 사건으로 왜곡 보도되고, 소방관 아버지와 남편을 잃은 가족들의 황망함보다 뉴스 시청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보도에 초점을 맞춘 기자들의 취재 과정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MSC 방송사 보도국 기자 송차옥(진경)은 사실 보도보다 남다른 뉴스 화면을 연출하기 위해 조작과 과장을 서슴지 않는다.

기자로서 자기 관리가 뛰어나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기자가 아니라 엔터테이너일 뿐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는 송차옥은 화재 현장을 과잉 취재하고 왜곡 보도함으로써 소방관의 가족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지상파 최초의 메인 뉴스 단독 여성 앵커로 발탁되면서 승승장구한다. MSC 방송사가 MSG 방송사라는 비난을 받는 것도 그래서이다.

송차옥의 왜곡 보도 때문에 가족을 잃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구조돼 기하명이 아닌 다른 사람이 돼 살아가는 최달포(이종석)에게 방송국은 되지도 않는 말이 넘치고 말 한마디로 사람도 죽이는 곳이다.

방송기자는 당연히 진실 왜곡을 일삼는 구역질 나는 인간들일 뿐이다. 그토록 방송을 증오하던 최달포는 아버지의 원수나 마찬가지인 송차옥의 딸 최인하(박신혜)를 사랑하게 되면서 방송기자가 된다. 호적상 조카일 뿐인 최인하가 피노키오 증후군 때문에 방송기자 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지자 그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YGN 방송기자 시험에 함께 응시해 합격한 것이다.

진실 보도보다 시청률을 올릴 방법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는 방송사 보도국에서 말의 무게와 가치를 중시하는 최달포와, 기자야말로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최인하의 취재와 보도는 번번이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시련과 난관은 역설적으로 진실이 은폐되고 왜곡되는 우리 사회의 언론 현실을 환기시킬 것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