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방교육청 누리과정(3∼5세 보육 지원) 예산 우회 지원 관련 합의사항을 발표한 지 하루밖에 안된 26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의 합의사항 이행 부진을 이유로 예산결산위원회를 포함한 국회 상임위원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 2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지원 금액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한 데 대한 항의의 뜻이 담겨 있다. 가까스로 고비를 넘은 듯했던 정기국회 예산 정국이 다시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이 연거푸 (누리과정) 합의를 번복했다”며 “상임위 중심주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예산 심의를 더 이상 함께 하기 어렵다”고 예산 심의 거부를 선언했다.

새정치연합 원내 지도부와 상임위원장, 상임위 간사들은 이날 오전 연석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과 전략에 대해 논의한 후 이같이 결정했다. 야당에서는 지난 20일 교문위 여야 간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누리과정 합의를 김재원 원내 수석부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뒤집고, 26일 다시 원내대표가 합의했지만 교문위에서 금액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 한 것은 사실상 협상 파기라는 생각이다.

야당에서는 합의문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누리과정 예산 순증액 5233억 원 전액을 ‘우회 지원’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여당은 달리 생각하고 있다.

한편 여야가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을 교육청들의 지방채 발행으로 메꾸기로 결정함에 따라 각 지방 교육청의 재정은 크게 악화할 전망이다. 내년도 지방채 발행 규모는 최대 6조 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2020년 이후 지방교육청이 부담할 지방채 원리금 합계는 10조 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은 지방재정법에 위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