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26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처리되는 10여 개의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하고 오는 12월 2일 내년도 예산안을 정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도 예산안 강행 처리 수순에 돌입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는 등 예산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이날 확정된 예산부수법안은 담뱃세 관련 개별소비세법 등 세법 8건 및 국민건강증진법 등 기금 3건 등 11건이 기본으로 포함됐으며 영화및비디오물진흥법, 국가재정법 등 4건이 추가로 포함될지 주목된다. 정 국회의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하는 것은 12월 2일 예산안 처리를 통해 헌법을 준수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대의 새 출발을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헌법을 지키지 않는 대한민국 국회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예산부수법안에 포함된 법안들은 정부가 일을 하고자 하는 데 최소한도로 필요한 법률안”이라면서 “국회선진화법에 규정된 대로 오는 30일까지 여야가 상임위에서 최대한 합의된 안을 처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특히 “국회선진화법의 첫 번째 적용이자 일종의 직권상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의장은 국회선진화법 조항으로 불리는 국회법 85조3에 따라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제안받은 11개의 세법 및 기금건을 예산부수법안에 포함했다. 논란이 된 담뱃값 인상과 연결된 개별소비세법·지방세법·국민건강증진법도 예산부수법안에 포함됐다. 여기에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4건의 세입 관련 법안을 추가로 넣어줄 것으로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예산안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야당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의장이 단독으로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했다”며 “예산안 강행을 위한 수순”이라고 비판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정 의장은 일방적으로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할 게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 ”면서 “더구나 담뱃값 법안은 예산부수법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법 85조3에 따르면 상임위원회가 국회의장이 지정한 세입예산안과 부수법안의 심사를 30일까지 마치지 않으면 지정된 법안들은 그 다음날인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만약 야당이 이날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에 나설 경우 법안은 그 다음날인 2일부터 처리가 가능하다. 정 의장은 그동안 이 85조3에 따라 국회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위원장 등 상임위원장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예산부수법안 지정 및 12월 2일 법안 처리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아온 바 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