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회에 계류된 주요 현안들을 세세하게 열거하면서 이들의 조속한 처리 필요성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물론이고 주요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공무원연금 개혁안,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 철폐를 위한 법안,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한 법안 등이 총망라됐다. 최근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여야의 연말 충돌 악습, 그에 따른 입법 지연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총 17분 넘게 이어졌다. 평소 7~8분 정도 발언했던 것에 비춰보면 2배 가량의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한 게 지난 10월 28일 이후 근 한 달 만이지만, 이처럼 긴 모두발언을 쏟아낸 것은 현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그만큼 많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우선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내년도 예산안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입각해 편성된 최초의 예산임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골든타임’론을 다시 꺼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여러 다자회의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성장전략 실행계획 면에서 전체 1위 평가를 받았다”며 “아무리 좋은 경제정책이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무용지물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의가 진행 중인데, 세계가 인정한 이 계획이 제때 이행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중국 등과 어렵게 FTA를 맺은 점을 언급하면서 “지금 다른 나라들도 FTA 체결에 발빠르게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비준이 늦을수록 우리의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것”이라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방위산업 비리 척결과 규제 개혁, 공무원연금 개혁 등에 대한 강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