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률 신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과거 자신의 저서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는 주장을 편 데 대해 비판이 일자 “당시 일부 학계의 이론을 소개한 것일 뿐”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내놔 또다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25일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도 김 수석과 청와대는 추가적인 해명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전날 청와대 대변인실을 통해 구두 해명한 것으로 사안을 마무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전임인 송광용 전 수석이 부실 검증 논란 속에 하차한 것과 겹쳐 교육문화수석 인사가 연이어 검증 시비에 휘말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기된 비판에 대한 김 수석의 해명이 충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해명 자체가 또 다른 소신·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수석은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하던 2005년 ‘차이를 넘어서’라는 저서에서 “북한의 핵무기 소유는 열강에 에워싸여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민족 생존권과 자립을 위해 약소국이 당연히 추구할 수밖에 없는 비장의 무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수석은 “미국이 테러, 대량파괴무기, 북핵 등을 위협적인 요소로 규정한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 중심의 발상”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이 동양인의 시각에서는 테러가 아니라 독립운동”이라며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개발과 보유는 자주국방의 자위권 행사”라고도 썼다. 외교 안보 인식에 대한 논란이 일자 김 수석은 “이 책은 10년 전 미국 문화에 대한 글을 쓰면서 당시 일부 학계의 이론을 소개한 것일 뿐”이라며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벼랑 끝 전술’을 쓴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본인은 자유민주주의자로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미국과의 동반자적 관계가 필요하다는 신념은 확고하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한목소리로 북핵 폐기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북핵 개발을 팔레스타인 무장투쟁과 같은 자위권의 문제와 동일시했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핵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기본적 시각과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한편 탈식민주의 전공자로서 김 수석은 ‘차별’이 아닌 ‘차이의 존중’과 ‘평등’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김 수석은 이 책에서 결혼제도에 대해 “불평등한 남녀 관계를 조장하는 식민적인 노예제도라 발전적인 해체가 필요하다”고 기술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KTX 승무원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의 일원으로 참여해 코레일 측이 KTX 여승무원에 대한 성차별을 중단하고 직접 고용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대학신문 기고 칼럼에서는 “서구식 고등교육의 기준에 따른 대학 평가는 한국 대학들을 종속시키고, 더 나아가서 고등교육의 식민화를 야기할 수 있다”(2013년 11월), “미국 고등교육기관의 10%에 달하는 영리 목적 대학의 한국 진입만은 우리 교육 생태계를 위해서 막아내야 한다”(2012년 11월)고도 주장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