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기상악화? 해군이 24일 독도 인근 해상에서 실시한 독도방어훈련에는 3200t 급 구축함 양만춘함 등 함정 7척과 해양경비안전본부 경비함정 1척, 독도경비대 등이 참가했다. 이날 병행할 예정이었던 해병대의 독도 상륙훈련은 군이 비구름·풍속·시정 등 기상 악화를 이유로 취소했지만 해군이 제공한 현장사진에는 파도가 비교적 잠잠해 보이고 기상 상태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해군 제공

기상 악화 등을 이유로 한 달 보름여 연기된 뒤 24일 뒤늦게 실시된 올 하반기 독도방어훈련이 이번에는 악천후로 인해 당초 계획됐던 해병대 독도상륙 및 공군 훈련이 취소된 채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25일 외교가에서는 일본의 반발을 의식한 외교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비공개리에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가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해 독도입도지원센터 건립을 백지화하고 이슈화되지 않도록 후속조치를 지시한 것과 연계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기상악화나 악천후는 핑계에 불과할 뿐, 일본의 반발과 한·일 관계 회복을 염두에 두고 독도상륙훈련이 취소되는 상황을 방치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애초 독도의 날인 10월 25일 이전인 10월 초쯤 실시할 계획이었던 독도방어훈련을 기상 악화 등의 이유를 내세워 한 달 보름여 연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독도방어훈련의 핵심인 해병대 신속대응팀 정예요원 10여 명이 UH-60 등 헬기를 이용한 공중 상륙훈련과, 공군 F-15K·해군 P-3C 대잠(對潛)초계기 투입은 물론 수륙양용장갑차(LVT)를 이용한 상륙훈련도 취소됐다.

이에 대해 군 고위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헬기 상륙훈련은 기상제한치가 운고(雲高) 1000피트 이상, 시정 2마일 이내, 풍속 35노트 이상 중 한 가지에 해당될 경우 취소된다”며 “24일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고 운고 1000피트 이상으로 헬기 이동경로 상에 비구름이 깔려 있었고 시정이 나빠 헬기 조종사가 앞을 못 보는 상태로 운항 시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F-15K, P-3C 역시 기상 악화로 훈련계획이 취소됐으며, 육상 상륙훈련은 계류 부두가 작아 힘들었다”며 “일본 눈치 보느라 상륙훈련을 취소하거나 훈련 규모를 축소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 당국이 두 번씩이나 기상 악화를 이유로 훈련을 연기 또는 축소한 데다, 굳이 예상 가능한 악천후 시기에 훈련 일자를 잡은 것을 두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독도상륙훈련과 관련해 일기 상황을 수시로 체크해가며 훈련 일정을 재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미묘한 시점에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예방하기 위해 외교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외교 당국이 지난 1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 만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담을 제안한 뒤 모처럼 마련된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가기 위해 고민이 컸다는 사실도 군이 날짜를 바꿔 상륙훈련을 재개하지 않는 이유로 분석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독도방어훈련은 우리의 실질적이고 고유한 영토인 독도를 외부 세력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연례적이고 정상적인 주권적 차원의 훈련”이라며 “우리 땅에서 실시하는 훈련에 주변국 눈치를 볼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정충신·박세영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