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 정책의 ‘방점’이 단기적 경기 부양에서 구조 개혁으로 전환하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단기적 경기 부양책은 쓸 만큼 써서 더 이상 사용할 경우 재정 건전성 악화 등 부작용이 불가피한 데다, 구조 개혁을 병행하지 않은 채 단기 부양책만 써서는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가 21일 오전 열린 주요 연구기관장 조찬 간담회에서 “내년 금융·노동·교육부문에서 근본적 구조개혁을 펼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 구조개혁의 윤곽이 드러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경제팀 수장인 최 부총리의 이날 언급은 오는 12월 발표될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 구조 개혁을 ‘핵심 어젠다(의제)’로 포함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 부총리는 “공공부문의 선도적 개혁을 바탕으로 금융·노동·교육개혁을 통해 자금과 인력 부문의 생태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공공부문의 구조 개혁이 어느 정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만큼 금융·노동·교육 개혁으로 구조 개혁의 ‘전선(戰線)’을 확대해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경제 정책의 방점을 단기 경기부양에서 구조 개혁으로 옮기려는 것에는 일본이 경제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구조 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아직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와 관련, 최 부총리는 “천문학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구조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 흔들리고 있는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세난으로 고통받는 중산·서민층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민간 임대 시장을 육성하는 임대시장 구조 개혁도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기업형 민간 임대시장을 육성하자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현재 부영건설이 1000세대, 2000세대 규모로 임대 시장에 뛰어든 방식을 참고해 임대 시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밝힌 ‘교육 및 인력 구조 개혁’에 대해 이 국장은 “산업 현장의 수요에 맞는 인력을 훈련시켜 제대로 된 직장을 갖게 하자는 것”이라며 “‘선(先) 취업 후(後) 진학’ 같은 제도를 강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향후 경제정책이 경기 부양은 완전히 도외시한 채 구조 개혁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내년에는 대외 리스크(위험)가 매우 크기 때문에 경기 활성화를 완전히 버리고 구조 개혁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재정확대정책 등 경제 활성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구조 개혁도 병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