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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르게 말하면 새해가 다가오면서 2015년 트렌드에 대한 책이 여러 권 나왔습니다. 최근 눈에 띄는 현상들, 내년에 더욱 뚜렷해질 트렌드를 정리한 것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바쁘게 자기 일상을 자랑하는 셀피(Selfie)족, ‘럭셔리’에 지쳐 이제 평범으로 돌아가려는 놈코어(Normcore)족 등등입니다. 대부분 영어조합 신조어인 이들을 훑어보면서 트렌드로 이름 붙이긴 적당하지 않지만 올해 끝자락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이라면 ‘내 길을 가련다’가 아닐까 생각 해봅니다.

만화 ‘미생’(위즈덤 하우스)과 드라마에 쏟아진 열광이 그렇습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바둑이 있다”는 주인공 장그래나 이상적 상사로 꼽히는 오상식 과장의 가치가 바로 다른 사람에겐 초라하고, 못나 보여도 내 삶이기에 묵묵히 또 열심히 간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길을 가되,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며 가는 것입니다.

오상식 과장이 있긴 하지만 ‘미생’이 자기만의 길을 가는 ‘상대적으로 청춘인, 남자들’ 이야기라면, 일본 만화가 마스다 미리(益田ミリ)의 ‘여자라는 생물’(이봄)은 ‘이제 청춘이 아닌 여자들’의 자기만의 길 이야기입니다. 마스다는 30대 싱글 여성의 일상을 담담하게 담은 베스트셀러 만화 ‘수짱’ 시리즈로 국내에서도 30·40대 여성의 정신적 지주로 사랑받는 작가입니다.

만화와 에세이를 섞은 신작 ‘여자라는 생물’은 이제 40대가 된 작가가 더 이상 젊지 않은 자신의 일상과 마음을 전하며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수짱을 필두로 그의 주인공들은 싱글이기에, 직장을 그만뒀기에, 비정규직이기에, 연애에 실패했기에 끝없이 흔들리지만 언제나 “남들에겐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내 삶도 꽤 괜찮아”라며 단단하게 자기 길을 갑니다. 그의 비법이란 심각한 상황은 담담히 바라보고, 작은 일에는 예민하게 감동해 자기 삶을 균형 있게 꾸려가는 것입니다. 그는 이번 책에서도 젊지 않다는 사실에, 또 친구들이 모두 엄마가 되어가는 모습에 위기감을 느끼지만 곧 중심을 찾습니다. “나만 아는 행복이 있는데, 그 사실을 다른 사람이 몰라도, 별로 상관없을지 몰라.” 어깨를 한번 으쓱이며 털어내는 것이죠. 몇 년 전만 해도 자기 길을 간다는 것은 대의를 실천하기 위해 고난의 삶을 산다거나, 큰 목표를 위해 달리는 그런 일이었다면 ‘미생’과 마스다의 자기만의 길은 거대한 사회 속에서 점점 작아지는 개인들이 선택한 현실적 대안이라는생각에 마음이 좀 애잔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다는 말합니다. “그때 삶의 방식을 바꾸었더라면 좋았을 덴데… . 의기소침해지는 아침이 찾아오면, 일단 산책을 나가자. 그리고 따뜻한 것이라도 먹자!”

마음이 흔들릴 때 마스다처럼 지금 자신이 할수있는 작은일로 중심을 찾아보시죠. 일단 산책을 나가, 따뜻한 것이라도 먹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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