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교육청이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해 교원 명예퇴직수당, 학교 기본 운영비, 인건비 등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육대란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짜낸 고육지책이지만,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괸’ 격이어서 지방교육청의 재정난이 해소되지 않는 한 누리과정 예산 갈등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도 만 3∼5세 누리과정 예산 편성 내역’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청 중 13곳이 2∼7개월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 규모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총 예산(2조1527억 원의)의 5분의 1 수준인 4761억 원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대구·경기·강원·전북 지역 4곳은 예산 편성을 하지 않은 상태다.

이들 13개 교육청은 기존 사업 예산을 깎아 누리과정 예산 일부를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 명예퇴직 수당, 기간제 교사 인건비 등 인건비 삭감이 주를 이뤘고, 급식학교 노후 기구 교체 등 시설 개선이나 방과후 활동 관련 예산, 학교 기본 운영비에도 ‘칼질’이 이뤄졌다.

재정이 열악한 교육청으로 꼽히는 충북도교육청의 경우 ‘기초학력강사 5개 사업 인력 감축(110억 원)’ ‘농산촌 방과후학교 운영(46억 원)’ ‘학교 석면시설 보수 및 급수관 교체 등(9억 원)’ ‘방과후 돌봄교실 및 저소득층 자유수강지원(50억 원)’ 등에서 총 281억 원을 삭감, 4개월 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했다.

유 의원은 “정부가 국가사업인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 전액 부담으로 떠넘기면서 교육청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예산을 빼 누리과정 예산을 메우고 있다”며 “땜질 처리하듯 넘길 것이 아니라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교육청들이 숨통을 틀 수 있도록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 상향 조정 등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