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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시 A부서에서 자료를 요청해서 보냈는데, 오늘은 B부서에서 유사한 자료를 만들어서 보내라고 하네요. 도대체 일은 언제 하라는 겁니까?”, “회의를 하면 뭘 합니까? 일방통행식으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지시만 하는데, 기관이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되는 것 아닌가요?”

서울메트로, SH공사, 서울의료원, 서울시립교향악단 등 서울시 산하 17개 투자·출연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서울시와 시 공무원의 부당한 갑(甲)의 행위에 대해 애로사항을 쏟아냈다. 서울시가 7일 오후 서울시립미술관 SeMA홀에서 마련한 ‘투자·출연기관 乙(을)의 항변대회’ 자리에서다.

이들이 한목소리로 항변한 서울시 공무원들의 갑질 사례는 △권위적인 태도와 막말 △동일하거나 유사한 자료의 중복 요구 △일방통행식의 과다한 회의 개최 △잦은 내방 설명 요구 △필요 이상의 과다한 자료 요구 등이었다.

서울시설공단은 공단의 귀책사유가 없는 모든 사건·사고에 대해 공단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지우는 불공정한 사업 위·수탁 협약서를 개선해야 한다고 서울시의 갑질 사례를 고발했으며 SH공사는 공문 등 정식절차가 아닌 구두지시나 회의자료 등을 근거로 주택정책 관련 사업추진 변경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히 있어 왔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의료원은 출연기관·서울시립병원·보건복지부의 공공병원 운영평가 등 중복된 업무평가로 인해 업무부담이 가중된다고 토로했고, 세종문화회관은 시 주관행사 때 산하 예술단체의 과다한 재능기부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 밖에 자원봉사센터는 시의 각종 행사 시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일방적으로 자원봉사자 배치를 요구하는 서울시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산하 투자·출연기관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공유해 부당한 ‘서울시의 갑질’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대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일단은 자신들의 갑질 행위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비판을 달게 받겠다는 자세는 바람직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대회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행사 이후에 기존의 갑질 대우를 받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사후 설문조사 등을 통해 과연 시의 갑질이 얼마나 시정돼 가고 있는지 등을 계속해서 체크해 나가는 시스템 상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