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해철 씨와 같은 의료사고 의심 사건과 관련 소송을 통해 병원측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피해자인 환자(보호자)측이 직접 의료사고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정부가 소송을 내기 전에 의료기관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중재기관을 만들었지만 강제성이 없어 환자들이 법적, 의학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6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들은 △병원과 직접 합의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의 중재기관을 통한 조정 및 중재 △법적 소송 등의 세 가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기관의 중재 참여를 강제할 권한이 없어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 법적 소송을 선택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의료사고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의료소송은 민사, 형사로 구분될 수 있는데 모두 의료인의 과실이 명백해야 한다. 특히 피해자들이 의료인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은 입증이 어렵다. 현행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의 입증 책임은 피해자가 의료인의 과실, 위법성, 손해의 발생, 의료인의 과실로 인해 의료사고가 발생한 인과관계 등을 입증해야 한다. 법원은 비전문가인 피해자가 의료행위 과실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입증 책임을 다소 완화해 적용하고 있지만 ‘의료상의 과실’은 반드시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상의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의무기록, 투약기록, 검사기록 등 각종 자료를 확보해야 하는 데다, 의사마다 의무기록에 대한 의학적 해석이 다를 수 있어 명백한 의료사고가 아닐 경우 법원에서 과실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료사고의 입증 책임을 환자(피해자)가 의료인의 잘못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이 의료행위의 잘못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입증 책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