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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업계 “분리공시 도입땐 제조사 해외 비즈니스 악영향”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동통신사 간 경쟁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단통법의 ‘경쟁제한’ 속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이동통신사들이 분리공시제 도입이 불필요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분리공시보다는 현재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조치들에 대한 해소가 먼저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 측 지원금이 전혀 없는 아이폰6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은 호응을 얻으며 ‘대란’으로까지 번지자 지원금 상한 폐지나 요금인가제 폐지 등 경쟁 활성화가 화두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이통사들은 지원금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지금까지 이 같은 제도에 찬성해 왔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통사 간의 경쟁은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어느 사업자가 얼마나 싸게 공급하느냐의 문제다. 분리공시제에 따른 지원금의 출처 구분이 소비자들 입장에서 의미가 적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분리공시제보다는 현재 경쟁을 제한하고 있는 문제에 집중, 위축된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단통법 시행 후 번호이동 시장은 큰 폭으로 위축된 바 있다. 단통법이 시행되기 전인 7∼9월 번호이동 건수는 각각 40만∼50만 건에 달했으나 10월에는 이 같은 수치가 27만8803건으로 축소됐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으로 시장이 위축돼 번호이동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이폰6 불법 지원금 사태에 대해 형사처벌을 포함한 강력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단통법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방통위의 강경 대응에 비판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단통법에 경쟁요소를 포함시켜 개선하는 일이 우선이지, 이를 어겼다고 형사처벌 운운하는 건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단통법은 이통시장 전체를 담합구조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분리공시제는 제조사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통 3사는 아이폰6 대란 관련 입장 자료를 내고 “단통법 준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통 3사는 이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불법영업에 관련된 유통점에 대해서는 전산 정지, 단말 공급 중단 등 강력한 조치를 즉각 취하겠다”면서 “모든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