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반환 미군기지 캠프 홀링워터에 조성한 시민 테마공원에서 시민들이 독일에서 기증받아 설치한 베를린 장벽을 구경하고 있다.

경기 북부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미군 잔류 결정과 대학 유치 취소로 반환 미군 공여지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자체들이 관 주도로 도시 기반시설을 설치하면서 민간투자도 함께 유치해 미군 공여지 개발에 성공하거나 도시 발전과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으로 미군 공여지 개발을 변경, 추진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미군 공여지 개발이 지역 발전과 새로운 미래 도시의 원동력이라고 보고 미군 공여지 개발과를 신설, 우선 반환된 기지부터 활용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갖고 정부와 협상을 벌이며 도시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환 공여지 개발에 대한 전략을 수정해서라도 반드시 공여지 개발을 가시화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의정부시 성공사례 = 의정부시가 반환된 5곳의 미군 기지에 도로와 공원 등 도시 기반시설과 행정타운을 건설하고 대학, 병원 등의 민간시설을 유치하는 데 성공, 새로운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 요인은 ‘주한미군 공여지 주변 지역 등 지원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활용한 관 주도의 행정력과 민간 유치 개발이라는 ‘투 트랙 전략’에 있었다.

대학 유치와 리조트 및 산업단지 유치에만 집중한 인근 지자체보다는 개발계획이 세부적이고 현실적이었다. 시는 최근 건국대가 미반환된 캠프 스탠리에 캠퍼스를 조성하는 양해각서(MOU)를 철회하자 외국 대학을 유치하기 위한 특별법 개정을 경기도에 발 빠르게 건의했다.

시는 2011∼2012년에 도시 발전의 걸림돌이었던 캠프 라과디아 13만7000㎡ 부지에 남북을 관통하는 도로를 개통한 데 이어 현재 체육공원, 공동주택 도서관, 공공청사, 상업 업무시설 등을 조성 중이다. 높은 담벼락으로 가려 있던 의정부역 앞 캠프 홀링워터 북측 부지는 2012년 국비 80% 지원을 받아 매입, 시민 테마공원을 조성하고 시 상징물과 독일에서 기증받은 베를린 장벽(5조각)을 설치했다. 주말이면 관광객 5000여 명이 몰려와 인근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긴 후 베를린 장벽을 구경하는 명소로 떠올랐다. 매입하지 못한 남측 부지는 꽃밭으로 가꿔 놓았다.

도시의 균형개발을 위한 공공시설 확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금오동 캠프 카일과 시어즈 25만6000㎡에 광역 행정타운을 조성해 건강보험공단 등 10개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행정 중심지의 건설로 이어졌다. 공공시설을 조성할 경우 부지 매입비 80% 이상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법원과 검찰청의 입주도 추진 중이다. 이에 앞서 시는 2011년 도로와 공원이 들어서는 캠프 홀링워터와 라과디아에 대해 환경오염정화 작업을 우선적으로 마치는 등 도시 기반시설 확충에 주력했다.

미군 기지 반환을 앞둔 2005년에도 미군과의 협상을 통해 캠프 레드클라우드 울타리를 허물어 국도 3호선 우회도로를 확장하고 방호벽을 제거하는 등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정을 펼쳤다.

시가 2012년 반환 공여지 캠프 에세이욘 12만3100㎡에 을지대 대학원 캠퍼스와 대학 부속병원을 유치하면서 전국 최초로 반환 공여지에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시는 자연녹지인 부지를 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고 진입도로를 개설해 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부지 매입을 완료한 을지대는 2018년 3월 개교 목표로 교육부 행정절차가 완료되는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을지대 옆 부지 10만㎡에 건립 중인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는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에 이어 두 번째 공공기관으로 연말에 입주할 예정이다.

2016년 이후 반환 예정인 캠프 레드클라우드(70만7900㎡)는 발전종합계획상 교육연구시설로 계획돼 있으나 안보역사 가치가 높은 미군 시설물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세계적인 안보테마관광단지(공원)로 조성하는 국가사업으로 변경해 추진하고 있다. 이곳은 대학·기업 유치보다 역사안보테마공원이 효율적이고 지역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도 시의 정책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시는 반환 일정이 미뤄진 캠프 스탠리(82만5000㎡)와 캠프 잭슨(7만9800㎡)에 대해서는 차분하게 국방부·미군 측과 협상을 벌이면서 2015년 개발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추진 중이다. 건국대가 캠퍼스 조성 MOU를 파기한 이후에도 시는 대학 유치를 포기하지 않고 캠프 스탠리에 중국 대학을 유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구리∼포천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캠프 스탠리에 대한 민간투자는 인근 산곡동에 신세계 첼시 프리미엄 아울렛이 들어설 경우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가지 입구(평화로 변)에 위치한 캠프 잭슨은 2016년 이후에 부지 매입비용이 적은 예술공원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파주시 전략 변화 = 파주시는 캠프 자이언트와 캠프 스탠톤 등 반환 공여지 4곳의 개발계획을 수정한 발전종합계획 변경안을 이달 초 안전행정부에 신청, 오는 12월 승인을 앞두고 있다. 반환 기지 주변 지역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민간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용도를 교육시설에서 도시개발사업으로 확대, 반영한 것이다.

시는 내년 초 4곳 반환 공여지에 대해 민간자유제안 공모제를 실시, 민간투자자로부터 사업제안서를 받는 등 본격적으로 공여지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용도가 변경되면 대학 유치는 물론 주거·상업·체육·문화시설을 지을 수 있어 민간투자의 폭이 넓어진다. 기지 주변 지역 면적도 현실에 맞게 조정됐다. 서강대 유치가 무산된 캠프 자이언트는 면적을 20만㎡에서 48만㎡로 확대하고 교육연구시설에서 도시개발사업까지 가능하도록 용도를 변경했다.

국민대 유치가 취소된 캠프 스탠톤은 면적 조정 없이 교육연구복합단지에서 교육시설 및 도시개발사업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캠프 게리오웬은 면적을 32만㎡에서 69만㎡로 확대하고 도시 개발과 선유산업단지와 연계한 산업단지 조성이 가능하도록 했다. 캠프 에드워드는 대학 유치를 그대로 추진하되 서울∼문산 고속도로와 제2 외곽순환 고속도로로 편입되는 면적 34만㎡를 줄여서 추진하도록 했다. 캠프 에드워드는 이화여대가 2011년 토지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파주 캠퍼스를 조성하는 사업을 포기하면서 개발이 무산됐으나 고용노동부가 올해 초 한국폴리텍대학 설립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폴리텍대학 부지의 최적지로 선정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민간투자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홍 파주시장은 “연내 정부가 발전종합계획 변경안을 승인하면 내년부터 공여지 개발사업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 = 글·사진 오명근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