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한국어로 인사 마크 리퍼트 신임 주한미국대사가 30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 귀빈실에서 부인 로빈 리퍼트와 함께 도착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화제의 인물인 마크 리퍼트(41) 주한 미국대사가 30일 서울에 도착, 31일 외교부를 방문하며 미대사로서 첫 행보를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그에게 주어진 임무가 무엇인지를 놓고 한·중·일 3국의 외교가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역대 최연소 주한 미대사지만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1일 리퍼트 대사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는 것으로 주한 미대사 업무를 시작했다. 서글서글한 외모를 지닌 리퍼트 대사는 30일 인천공항에 도착, 한국어로 “한국 생활이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 관계는 공동의 희생, 가치관, 역사 그리고 문화에 대한 깊은 존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미국의 분석가들은 리퍼트 대사에 맡겨진 최우선 과제를 한·일 관계의 개선이라고 보고 있다.

미·일 관계 전문가인 피터 애니스는 리퍼트 대사의 내정 직후 일본 전문 블로그인 ‘디스패치 재팬’에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한국에 보낸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인 동시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전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본이 극우국가주의의 길을 걸어 한국, 중국과 마찰을 빚는 상황은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리퍼트 대사는 한국을 미국식 미사일방어(MD)시스템에 편입시키는 과제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DC의 외교소식통은 이날 “미국을 떠나기 전에 리퍼트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을 따로 만나 대화를 가진 것으로 안다”면서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주한 미대사로서의 과제를 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와 척 헤이글 국방장관 비서실장도 역임했다.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배치를 원하는 미국 국방부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인천공항에서 “우리는 북한의 위협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알래스카의 MD 요격체계가 증강되고 괌에 THAAD 포대가 배치된 이유”라고 언급했다. 아직 THAAD 도입에 대한 국론이 통일되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으로서는 어쨌든 리퍼트 대사를 통해 백악관과 국방부로 연결되는 간접적인 핫라인을 갖게 됐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사령관과도 가깝다. 무엇보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를 이끄는 40대 실세들 중에서도 핵심 중 핵심인사다.

백악관의 데니스 맥도너 비서실장,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 이른바 오바마 사단의 핵심들과도 스스럼없이 통하는 리퍼트 대사의 행보가 주목된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