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의 언행과 준법 행위가 사회 전체의 신뢰도나 통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관련한 신뢰 인프라 구축 노력을 다각도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정치인의 막말 문화를 개선하고 발언의 사실 여부를 분별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언론사와 공공기관, 학자 등을 중심으로 ‘팩트 체킹’(fact checking)을 도입했다. 선거에 나선 후보 등 주요 인사들의 발언과 뉴스, 풍문 등의 사실 여부를 검증해 수용자의 판단을 돕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폴리티팩트, 더팩트체커, 팩트체커가 팩트 체킹의 3대 강자로 자리를 굳혔다. 폴리티팩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표 공약 532개를 실시간 추적해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팩트체킹이 미국 사회의 말과 글의 품격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도 팩트 체킹의 상시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정부가 먼저 나서서 정보를 공유해 사회지도층과 일반 국민 간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신뢰도를 높이는 한 방법으로 작용한다.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는 해외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국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재임 시절 트위터를 통해 국정 정보를 공유하고, 공공정보 재이용 규칙을 제정해 정보자원 제공을 확대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 웹사이트 개설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정보자유법을 제정해 교통, 환경, 교육 등 정보에 대한 제공 근거와 통합 정보 제공창구를 만들었다.

부패 척결도 빼놓을 수 없다. 싱가포르는 부패가 만연한 국가였지만 지난 1959년 국민행동당이 집권하면서 강력한 개혁정책을 추진했다.

국가를 좀먹는 ‘암’으로 부정부패를 규정해 부패방지법을 제정했다. 부패 사범을 색출해 처벌하기 위한 준사법기관인 부패조사국(CPIB)도 발족했다. 부정재산을 집요하게 추적해 국고로 환수 조치할 뿐 아니라 부패 사범은 일반 범죄자보다 강력한 처벌을 받도록 했다.

미국은 부패로 이어질 수 있는 관피아 척결을 위해 고위 정무직도 퇴임 후 로비 등을 할 수 없도록 2009년 관련 법안을 강화했고, 영국은 최근 관료들의 퇴임 후 코스였던 준정부조직 192개를 폐쇄했다.

사회적 신뢰가 높은 나라일수록 편법, 탈법은 엄중히 처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에선 한 부호가 스위스 은행 계좌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좌예금액의 1.5배나 되는 23억여 원의 벌금을 냈다. 핀란드는 소득에 비례해 벌금을 부과하는데 노키아 부사장이었던 안시 반요키가 2001년 과속에 대한 벌금으로 1억6000여 만 원을 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