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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사진)에는 경찰이 ‘프리크라임’이란 프로그램을 이용해 예비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른바 빅데이터와 초능력자의 미래 예지를 근거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지목해 미리 체포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빅데이터를 이용한 범죄예방 프로그램을 실제로 도입하는 국가들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2054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29일 BBC는 런던경찰청이 영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사 액센추어 사가 만든 갱단범죄 예방 프로그램을 시험 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청은 아직 파일럿 단계에 있는 이 프로그램을 22주간 시험 운용해본 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경우 실제 업무에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액센추어 사의 공공안보 분석 책임자인 무즈 자수왈라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정된 경찰인력을 가지고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액센추어의 프로그램은 지난 5년간 런던 전역의 갱단 범죄 기록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움직임을 종합해, 이른바 ‘고위험’ 갱단 조직원들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분석해내는 것이 특징이다. 스페인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청도 빅데이터를 이용한 범죄 예방 프로그램을 시험운용하고 있으나, 특정 갱단 또는 예비범죄자가 아니라 범죄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우범지역’을 짚어내는 것이 액센추어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자수왈라는 영국 법무부가 현재 ‘오아시스(OASYS)’란 약칭으로 불리는 ‘범죄자분석시스템(Offender Assessment System)’을 사용 중이지만, 액센추어 프로그램은 분석 대상을 갱단으로 세분화해 정확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권 단체들은 범죄예방에 빅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빅 브러더 워치’는 성명을 통해 “특정 그룹을 부당하게 준범죄 집단으로 낙인찍을 가능성이 있다” 고 비판했다. ‘스테이트워치(Statewatch)’ 역시 “범죄 추적·예방·감소가 무차별적인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IBM사 등이 범죄 예측 프로그램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만큼, 빅데이터를 둘러싼 논쟁이 앞으로 더 가열될 것으로 BBC는 전망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