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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의류학을 배워 어려운 사람들에게 옷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81세의 나이로 오는 11월 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는 조희옥(사진) 할머니는 어떤 고3 수험생보다 확고하고 분명한 꿈을 갖고 있었다.

만학의 꿈을 키우는 조 할머니가 여태 공부하지 못한 것은 우리 민족의 굴곡진 역사와 무관치 않다. 조 할머니는 6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일제강점기에 두 오빠가 징병에 끌려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불과 몇 해 만에 남편과 두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큰 실의에 빠졌고 조 할머니는 그때부터 학업을 포기하고 집안일을 꾸렸다. 조 할머니는 1950년부터 서울 마포지역에서 봉제일을 시작했고 성북구 돈암동과 종로구 내자동 등지에서 일감을 가져와 집에서도 봉제일을 하며 가계를 책임졌다. 조 할머니는 “학업에 대한 욕구는 강했지만 1970년대 근대화를 맞아 온 나라가 산업화를 부르짖었고, 책을 볼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 조 할머니는 지난 2010년 우연히 지하철에서 만학도를 위한 학교인 일성여중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입학을 결심, 2011년부터 4년 동안 중·고교 과정을 이수하고 다음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있다. 조 할머니는 지난 24일 배화여대 전통의상학과 수시모집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꿈을 접지 않고 재도전을 준비 중이다. 조 할머니는 “수십 년간 봉제일을 해오며 익힌 기술을 대학에서 더 발전시켜 어려운 사람들에게 좋은 옷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 할머니 외에도 지난 2년간 충남 당진에서 서울 마포구까지 매일 6시간을 왕복하며 수업을 듣고 수능에 응시하는 정순정(62)할머니, 지난해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사진을 목에 걸고 수능 시험을 치를 예정인 김점선(66) 할머니 등 일성여중고에는 총 148명이 올해 수능에 도전한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일성여중고는 과거 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정 탓에 제때에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대에서 80대까지의 만학도들이 중·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다. 일성여중고는 지난해에도 수능 최고령 응시생인 이선례(77)씨를 배출한 바 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