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쟁을 할 때 작전명은 가장 먼저 발사되는 총알이며 동시에 가장 결정적인 총알이다.”

군사 정보 전문가 그레고리 시에민스키는 지난 1995년 미 육군대학원 학술 잡지인 ‘파라미터스(Parameters)’에 실린 글에서 작전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작전명을 짓는 것은 일차적으로 행정적인 편의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에게 전쟁의 이미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이를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군사작전에 이름을 붙이는 전통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시작했으며 미국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이를 일반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작전명을 짓는 일차적 목적은 아군끼리 비밀리에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적국에 작전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군사적 용어에 그쳤던 작전명이 대중에게 인식되기 시작하고 군부에서도 이에 대한 여론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때라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설명이다. 당초 작전명은 ‘푸른 숟가락(Blue Spoon)’이었으나 지나치게 가벼운 이름이 사용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군 지도부의 반발에 부닥쳐 ‘정당한 명분(Just Cause)’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명은 군사작전에 투입되는 각 지역 부대를 관할하는 군사령부에서 선정된다. WSJ에 따르면 해외 각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담당하는 4성급 군사령부 사령관들이 작전명을 구상하며 일부 주요 작전의 경우에는 합참의장 보좌진이나 민간 정책 실무진이 검토 및 점검 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최근 미국이 원리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 벌이는 대테러 작전에 ‘내재된 결단(Inherent Resolve)’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과 관련, 중동과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에 작명 권한이 주어졌다고 미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가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부사령부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작전명이 “테러조직인 IS와 이들이 이라크를 넘어 중동 및 국제사회에 미치는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보여준 확고한 결단과 깊은 헌신을 반영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전명은 대개 두 단어로 구성되는데, 이 중 첫 번째 단어 앞 두 글자의 경우 군의 각 병과나 사령부 별로 지정된 알파벳 범위 내에서 작성되곤 하지만 중요도가 큰 작전일 경우에는 이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작전명을 지을 때에는 몇 가지 금기사항이 있다. 1975년 미 국방부가 작성한 지침에 따르면 작전명을 지을 때 “미국적 이상이나 현 외교정책에 걸맞지 않은 적의를 드러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특정 조직이나 종파, 신념을 경멸하거나 동맹국 등 다른 국가에 공격적인 의미를 내포하지 말아야”한다. 이외에도 유명 상표를 활용하거나 외설적이어서는 안되며 외교적,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

가장 성공한 작전명으로 평가받는 것 중 하나는 1991년 걸프전 때 사용됐던 ‘사막의 폭풍(Desert Storm)’이다. 사막은 중동, 폭풍은 미국의 힘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작전의 의미를 강렬하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문학성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극적이면서 함축적인 작전명을 선호하는 미국의 경향은 다른 작전명에서도 잘 드러난다. 1998년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제조 의심시설 공격 작전명은 ‘사막의 여우(Desert Fox)’였으며 2001년 9·11 테러 후 미국 본토 수호 작전명은 ‘고귀한 독수리(Noble Eagle)’였다. 2011년 3월 리비아를 상대로 벌인 군사작전의 이름은 ‘오디세이 새벽(Odyssey Dawn)’으로, 고대 그리스 장편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트로이 원정에 성공한 영웅 오디세우스를 떠올리게 한다. 반면 혹평을 듣는 작전명도 있다. 1951년 한국전에서 사용됐던 ‘살인자(Killer)’ 작전은 공격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데다가 불쾌감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전 당시에는 ‘무한 정의(Infinite Justice)’라는 작전명이 낙점됐으나 “무한 정의는 알라 신만이 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슬람권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항구적 자유(Enduring Freedom)’로 변경됐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