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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월드컵 중계 방송의 실패로 크게 적자를 본 지상파 방송사들이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는 드라마를 싸게 찍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관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외주제작사들은 요즘 MBC 드라마를 보며 “실험의 연속”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중 미니시리즈의 경우 인지도가 높은 스타들을 기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야경꾼일지’는 고성희, 서예지 등 연기 경험이 일천한 여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내 생애 봄날’의 감우성, 수영 역시 주연 배우로서 무게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고, 27일 첫 방송되는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 역시 주중 미니시리즈의 주연을 한 번도 맡은 적이 없는 최진혁과 백진희를 앞세웠다. 상반기에 하지원, 김재중, 김명민 등 몸값 비싼 스타들을 기용했던 것과 상반된 행보다. 중요한 건 실험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야경꾼일지’와 ‘내 생애 봄날’은 나란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던 이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한 외주제작사 대표는 “주연 배우의 개런티가 낮아 총 제작비도 적게 든다. 이 때문에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지급하는 제작비 규모 역시 줄어들어 방송사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SBS는 지난 8월부터 긴축경영에 들어가며 콘텐츠 제작비를 5% 삭감한 것과 상반된 행보를 걷고 있다. SBS가 ‘대기획’이라고 스스로 명명한 ‘비밀의 문’은 한석규(사진)를 잡기 위해 엄청난 출연료를 베팅했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전국 시청률 6% 수준에 그치며 동시간대 최하위로 처져 있다. ‘비밀의 문’은 한석규의 연기력이 돋보이지만 “어렵고 무겁다”는 지적 속에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친 격이다. 게다가 ‘비밀의 문’의 후속으로 준비 중인 ‘펀치’ 역시 검사를 주인공으로 세워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드라마라 어두운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가수 겸 비가 출연하는 SBS 수목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SBS는 내실을 기하기보다는 유독 스타의 이름값에 기대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고집이 ‘비밀의 문’과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실패를 불러왔다”며 “‘펀치’ 역시 방송을 한 달여 앞두고 대본이 1부밖에 나오지 않았음에도 제작을 강행하고 있다. 역시 내실보다는 ‘추적자’와 ‘황금의 제국’을 쓴 박경수 작가의 이름값으로 승부를 걸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MBC는 스타 한 명 출연하지 않았지만 큰 성공을 거둔 ‘왔다 장보리’ 등 선례를 바탕으로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작품의 내러티브와 연출력에 신경을 기울일 계획이라 타 방송사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