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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K-11 복합소총 초기 설계에서부터 전자기파 방해잡음(EMI) 차폐보호막을 설치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권고를 외면한 것이 소총의 잦은 결함의 결정적 원인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문화일보가 21일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ADD와 방사청은 20㎜ 공중폭발탄이 폭발사고를 일으킨 이후에까지 “제조상의 결함은 없다”며 EMI 영향성을 인정하지 않다가 지난 5월 30일에야 국방기술품질원이 실시한 ‘K-11 전자기파 영향성’ 실험 도중 공중폭발탄의 격발센서가 시중에서 파는 상용자석의 자성을 격발신호로 인식한 사실이 확인되자 EMI 영향성을 인정했다. 방사청은 최근 K-11 2차 사고 원인이 “야전운용 시 예상치 못한 비정상 운용에 의한 총기 상호 간 이상작동으로 발생한 것으로 5건의 설계보완과 2건의 추가 안전대책으로 설계상의 문제가 해결됐다”며 양산 재개 결정을 내렸다. EMI 영향성을 인정하지 않다가 국방기술품질원의 문제제기에 따라 풍산안강공장에서 추가 영향 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한편 방산업체가 무기체계 소요 제기 과정에서부터 관여해 각군의 현역 실무자들이 해야 할 무기체계 개발 제안서나 사업추진기본전략서 작성을 직접 대리해서 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이것이 방산 비리의 출발점이 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방산업체에 근무해온 전직 로비스트들은 “방산업체에 근무하는 군 출신들이 무기체계 소요 제기 과정에서부터 개발 제안서나 사업추진기본전략서 작성을 위한 핵심 정보를 제공하거나 아예 대리 작성까지 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군피아(군+마피아)들이 육·해·공 각군의 무기 소요 요청 단계에서 방사청의 사업추진기본전략서 작성 단계를 지나 시험평가 단계에 이르기까지 무기 획득 전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