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안팎의 반대와 우려에도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과목의 절대평가 방안을 강행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교육부가 20일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평가원과 함께 개최한 ‘수능 영어 절대평가 방안 도입 공청회’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다른 수능 과목과 마찬가지로 상대평가를 하고 있는 영어의 절대평가 전환은 학생들의 영어 학습 의욕을 떨어뜨려 학력 저하와 입시 혼란을 키울 뿐이다. 굳이 절대평가를 하려면 현재 금지하고 있는 대학별 본고사(本考査)를 허용하면서 수능은 자격고사화하는 게 옳다.

수능 영어도 변별력이 필수다. 변별력이 뚜렷해야 대입 전형의 주요 요소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교육부의 정책연구 의뢰로 공청회 주제 발표를 한 강태중 중앙대 교수가 “공교육 정상화 차원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황 장관을 뒷받침하면서도 변별력은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강 교수는 “학생들의 성취 수준을 ‘4∼5개 등급’ 또는 ‘9개 등급’으로 나누는 방안이 선택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어 절대평가가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주장도 근거가 희박할 뿐 아니라 등급제 방식의 절대평가 또한 대안일 수 없다. 상위 4%만 1등급인 현행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고 쉬운 문제를 출제함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90% 이상이 1등급일 수도 있게 하는 시험을 두고 변별력을 갖췄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황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사교육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영어 사교육 부담의 대폭 경감”을 주문한 데에 따라 절대평가제에 집착하고 있으나, 본말이 전도된 발상은 하루라도 빨리 접는 것이 혼란을 더 줄이는 길이다. 대학별 본고사를 허용하지 않으려면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 방침을 지금이라도 단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