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5일 경기 파주시 법원읍 금곡리 일굼터 내 조립실에서 중증장애인들이 가구 제작용 목재를 나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다들 즐겁게 가족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경기 파주시 법원읍 금곡리 일굼터 내 작업장. 일굼터의 총 책임자 김창연 원장은 가구 자재를 조립하는 장애인들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전동드라이버를 한 손에 들고 4단 책장의 손잡이를 고정시키던 지적장애인 고성배(32) 씨와 김용근(29) 씨는 서로의 작업 결과를 확인하면서 빙그레 웃었다. 곁에서 자재를 나르는 동료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일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인 일굼터에는 모두 40명의 장애인이 이처럼 일을 즐기고 있다. 안전이 필요한 대형 장비를 사용할 때는 비장애인 전문가가 돕지만, 대부분의 공정 과정은 장애인들이 직접 수행한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에서 생산된 물품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각자 구매하는 총 구매액의 1% 이상을 의무 구매해야 한다. 이는 2008년도부터 시행하는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 따라 경쟁고용시장에서 취업의 어려움을 겪는 중증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중증장애인생산품을 전담 생산하는 장애인단체나 직업재활시설을 지정해 지원한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은 장애인근로자가 7명 이상이고, 장애인 고용비율 70% 이상, 중증장애인의 고용비율 60% 이상, 직접 생산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심사를 거쳐 지정받을 수 있으며, 지정되면 경영에 도움이 되는 품질인증 획득과 포장 디자인 등의 정부 지원을 받는다. 또 공공기관이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를 원할 경우 장애인개발원을 통해 계약대행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일굼터는 주로 사무용 가구를 생산한다. 이날 만든 4단 책장은 한국시설안전공단에 남품될 예정이다. 오전에는 울진 원자력발전소 사택에 공급되는 신발장의 제작을 완료했다. 제품은 모두 주문제작으로 이곳 생산품의 95%가량이 정부 및 공공기관으로 납품되며, 나머지는 일반에 판매된다.

대부분의 생산품을 공공기관에서 의무구매해주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굼터 김 원장은 “이곳에 근무하는 장애인들은 책임감도 있고, 직업의식도 투철하다”며 “초기에는 제품에 하자가 있어도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이들이 제품 제작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먼저 지적하고 수정한다”고 말했다. 일굼터는 지난 7월 우수사회적기업으로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으며, ‘피우리 퍼니쳐’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가구 박람회에도 꾸준히 참가해 업계 호평을 받고 있다.

일굼터는 직원 임금과 자재비를 마련하려면 적자 없이 꾸준히 수익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운영자와 직원 간에 스트레스도 있을 듯 하지만 모두 한 가족과 같은 분위기다. 김 원장은 “모든 수익은 시설에 재투자하고 장애인 직원에게 돌려주고 있으며 올해 초에는 직원가족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며 “가족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이곳에서 한번 일하기 시작하면 최소 몇 년 이상 장기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 숙련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일굼터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는 고성배 씨는 “좋은 친구들과 함께 일할 때가 가장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