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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현실을 반영한 TV 프로그램이 소위 ‘웃픈(웃기는데 슬픈)’ 이야기를 전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8일 처음 방송된 SBS 주말극 ‘모던 파머’(극본 김기호·연출 오진석)는 귀농한 록밴드를 통해 청년실업, 귀농귀촌 열풍을 되짚는다. 첫 회부터 사채업자에게 쫓기고 농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담은 ‘모던 파머’는 주인공을 맡은 아이돌 밴드 FT아일랜드 출신 배우 이홍기와 이하늬의 열연에 힘입어 방송 2회 만에 시청률이 상승하며 호평받고 있다.

극중 시골 이장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선언한 배우 이하늬는 “모두가 침울하고 암울한 상황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해 출연을 결심했다. 희극적이고 희망적인 힘을 지닌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귀농을 소재로 한 ‘모던 파머’와 달리 농촌이 겪는 위기를 웃음으로 풀어낸 케이블채널 tvN ‘황금거탑’과 ‘농부가 사라졌다’도 눈길을 끌었다. ‘황금거탑’은 농촌 총각과 결혼을 기피하는 세태를 꼬집으며 국제결혼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고, ‘농부가 사라졌다’는 가까운 미래에 농사를 짓는 이들이 줄어들어 우리의 식탁이 위협받는다는 현실성 있는 설정으로 호응을 이끌어냈다.

스타들의 현실체험형 프로그램도 인기있다. tvN ‘오늘부터 출근’은 스타들이 직접 회사 생활을 하며 직장인의 애환을 간접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1기가 성공리에 마무리된 후 아이돌 그룹 카라의 박규리, 엠블랙의 미르, 배우 봉태규 등이 2기로 나서 오는 2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완구회사 영업사원 체험에 나선 봉태규는 로봇 장난감 판촉행사에서 30㎏이 넘는 캐릭터 인형을 입고 “이 프로그램이 쉬운 게 아니더라. ‘정글의 법칙’에 출연했을 때보다 더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교실에 카메라를 들이밀기도 한다. 종합편성채널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스타들이 교복을 입고 등교해 학교 생활을 하는 모습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중·고교생들의 실제 학창시절을 보여준다. 단순히 스타들의 학교 체험을 넘어 학생들의 진지한 고민을 듣고 그들과 소통하며 요즘 학생들이 갖는 고민거리를 공유한다. 18일 방송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출연한 벨기에 방송인 줄리안은 수업에 참여한 후 “학생들이 말을 안 한다. 좀 아쉽더라. 함께 참여해야 수업에 도움이 되는데 듣기만 하면 그냥 흘러간다”며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 학생들의 수동적인 모습을 꼬집기도 했다.

tvN 관계자는 “웃을 일이 줄어드는 사회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TV 프로그램을 통해 웃음을 찾고 있다”며 “하지만 현실이 팍팍해지면서 웃음만 강요하는 프로그램보다는 다양한 현실 상황을 실감나게 담은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고 있다. 스타들을 기용한 체험형 프로그램이 다수 만들어지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