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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형 인간 / 조관일 지음 / 현문미디어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이라는 표현이 있다. 난 사람은 다방면에서 뛰어난 사람이고, 든 사람은 지식이 많은 사람, 된 사람은 인성 혹은 품성이 좋은 사람을 의미한다. 세 종류의 인간형 중 경중을 따지긴 어렵지만 ‘N형 인간’의 저자는 단연 ‘된 사람’을 으뜸으로 친다.

농협중앙회에서 30년간 일해온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 “‘스펙(spec)’ 좋은 사람은 뽑아도 1년도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난다”는 대기업 인사담당자의 말을 더해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능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는 N형 인간이 되고, N형 인간을 중용하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N형’이라는 표현의 기원은 어디일까. 저자는 기발하게도 명작 ‘빨간머리 앤’의 주인공 앤 셜리를 내세운다. 고아 소녀 앤은 남자아이를 들이려던 한 집안의 실수로 입양되지만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와 붙임성으로 주변을 감화시키며 삶을 개척해 나간다. 그에게 주근깨와 빨간머리 같은 신체적 특징은 장애가 되지 않는다. 놀리던 이들마저 자기 편으로 만들고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앤은 긍정성, 낙천성, 명랑함, 솔직함, 열정, 의리, 정의감, 친화력, 배려와 친절 등 족히 스무 가지가 넘는 좋은 인성을 갖추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N형 인간’은 심화된 자기계발서다. 그동안 ‘서비스에 승부를 걸어라’, ‘신입사원의 조건’ 등 40여 권의 자기계발서를 낸 저자가 도달한 지점은 인성을 키우는 것이 시작이자 끝이라는 것이다. 신입사원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까지 배려할 줄 아는 곧은 인성을 갖춰야 사회 속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톱니바퀴가 될 수 있고, 경영진은 인성이 뛰어난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이들을 ‘N형 인재’로 키워야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다.

아무리 인성을 강조해도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건 단연 스펙이다. 각 회사들이 입사 기준을 점점 완화해 열린 채용을 선호하는 추세지만 내부적으로 원하는 기준은 있다. 일종의 커트라인이다. 하지만 저자는 스펙을 두 종류로 나눈다. 하드(hard) 스펙과 소프트(soft) 스펙이다. 학벌 학점 어학 수준이 전자라면, 후자는 사람의 됨됨이를 뜻한다. 서류와 필기 전형을 통과한 후 맞닥뜨리는 면접에선 하드 스펙은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 그때부터 면접자들은 ‘뛰어난 사람’보다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 한다. 그들의 인성을 본다는 의미다.

‘빨간머리 앤’에서 출발했지만 저자는 ‘N형 인간’이란 결국 ‘나이스(Nice)한 인간’이라고 이야기한다. 나이스는 사전적 의미로 좋은, 훌륭한, 멋진, 아름다운, 친절한, 호의적인, 교양 있는 등 좋은 인성의 모든 조건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N형 인간’은 스펙을 앞세우는 세태 속에 인간 본연의 자세를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자기계발서와 구별된다. 대중은 다 알면서도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책은 인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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