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스페인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의 굴구이 요리를 촬영한 전속사진가 프란세스크 기야메의 사진. 함께 읽는 책 제공

엘불리의 철학자 / 장 폴 주아리 지음, 정기헌 옮김 / 함께 읽는 책

나의 밥 이야기 / 김석신 지음 / 궁리

구운 고기와 말린 과일이 나오는 지중해 지역의 식사는 먹기 부담스럽지 않고 소화도 빠르다. 음식의 특성이 그렇듯 그 지역 사람들은 생각도 가볍고 유쾌하고 노래하는 듯하다. 반면 소화하기 힘든 감자와 소시지 요리를 먹는 독일 사람들의 사상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고 19세기 철학자 니체는 생각했다.

음식으로 철학을 이야기하고, 음식과 더불어 인생을 풀어낸다. 그저 한끼 때우기가 아니라, 본능적인 욕구의 대상이자 일상을 즐겁고 풍요롭게 해주는 음식에 대해 철학자와 식품공학자가 펼치는 음식론은 철학이나 인생과 맞닿아 있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주아리가 집필한 ‘엘불리의 철학자’는 스타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가 운영하는 스페인의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접한 음식을 철학적 미학적으로 고찰한 일종의 예술서. 천재적 셰프의 요리세계를 철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또한 김석신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펴낸 ‘나의 밥 이야기’는 책 제목처럼 자신이 직간접으로 경험한 음식과 삶의 관계, 그 의미를 일깨운다.

스페인 카탈루냐주 크레우스 곶의 외딴 해변에 자리 잡은 식당, 엘불리는 특별한 공간이다. 식당의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는 연중 6개월만 영업할 뿐 나머지 시간엔 메뉴를 연구·개발한다. 1일 50명만 예약을 받다 보니 매년 세계 각국의 예약신청자 250만 명 중 8000명만이 엘불리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아드리아는 요리사로는 이례적으로 5년마다 열리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행사인 독일 카셀도큐멘타에도 초대됐다.

15년여 이 식당을 찾아 음식을 맛보고 아드리아와 교류한 저자. 그는 “요리는 예술이 될 수 있는가” 그리고 “요리가 예술이라면 이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한 창조물이 예술품이 되기 위해 독창성·보편성·재현·오성의 확장·미학적 요구 등 다섯 가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칸트의 이론에 따라 아드리아의 요리를 분석하며 예술품이라고 결론내린다.

전속사진가 프란세스크 기야메가 촬영한 요리 사진은 아드리아의 요리가 얼마나 예술적인지를 시각적으로 체험케 해준다.

한편 ‘나의 밥이야기’는 ‘왜 먹는 거지’부터 ‘난 먹기 위해 사는 걸까, 살기 위해 먹는 걸까’까지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저자의 개인적 일화와 더불어 에세이처럼 담담하게 풀어낸다. 자신의 단맛 집착에서 힘겨웠던 어린 시절 욕구불만을 읽어 낸다든지, 나이 든 사람에게 음식은 인생의 기쁨을 반추해 보는, 회상의 행복을 제공한다든지 음식과 나이의 관계를 주목한다.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와의 접점을 연구하며 ‘음식윤리’라는 과목을 개설한 저자. 그는 지금까지 음식과 ‘나’에 얽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음식과 사람의 관계, 우리에게 사랑 행복 생명을 주는 고마운 존재로서 넓은 의미의 밥을 이야기한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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