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또 내렸다. 금통위는 15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00%로 인하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 이후 5년8개월 만의 사상 최저치다. 당시엔 17개월 동안 이 수준의 금리가 운용됐었다.

이번 금리 추가 인하(引下)는 국내외 경제 동향을 볼 때 일단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직후 대대적인 재정확장정책과 부동산 완화정책 등을 쏟아냈고, 한은도 금리 인하로 호응했지만 그 효과는 ‘기대 이하’다. 부동산에 이어 주식시장도 ‘최(崔)노믹스’에 힘입어 한때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아직은 ‘깜짝 이벤트’에 그치고 있다. 각종 지표들은 더 막막하다. 제조업체 업황을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월에 74로 세월호 참사 이전인 3월(81)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7월 105에서 8월에 107로 나아지는가 싶더니 9월엔 107로 답보 상태다. 기업 설비투자마저 8월에 10% 이상 급감하는 등 통화정책이 기업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대외 환경은 최악이다. 엔화 약세(원화 강세)가 달러화 강세와 맞물리면서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10엔을 뚫고 조만간 120엔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수출기업의 위기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분석에 따르면 우리 수출이 외형적으로 32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행진을 하고 있지만 원화로 환산한 수출 증가율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이처럼 절박하니 강력한 경기부양 수단 중 하나인 저금리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한은이 그토록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물가도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수준이어서 금리 동결의 당위성도 많이 약해진 터다.

가계 대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도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부담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은 선택과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금은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경제를 살려내는 일이 급선무다. 오죽하면 미국, 일본, 유로존 등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제로금리’정책을 펴며 경제를 떠받치고 있겠는가. 이번 인하를 계기로 한은은 “저성장 시대 중앙은행의 역할은 물가 안정보다 성장에 비중을 둬야 한다”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제도이사회 의장의 금언(金言)을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