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은 경차급인데 4㎝ 크다고 소형차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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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의 대표적인 세단인 SM5는 과연 중형차인가 소형차인가에 대한 질문에 선뜻 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SM5는 세부모델에 따라 중형이 될 수도 있고 소형 혹은 준중형 차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엔진 기술이 발전하면서 차체 크기는 유지하되 소비자의 요구나 자동차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차급(세그먼트)이 다양화되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15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SM5의 경우 같은 크기의 차체를 사용하는 단일 모델이면서도 엔진의 종류에 따라 차급은 소형에서 중형까지 변화한다. 국내에서 자동차 종류 기준을 정하고 있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보면 자동차는 크게 배기량 1000cc 미만의 경차, 1600cc 미만의 소형차, 2000cc 미만의 중형차, 2000cc 이상의 대형차로 구분된다. 이외에 차급별로 길이, 넓이, 높이에 대한 조건도 붙어 있다.

이런 분류를 기준으로 따지면 가장 최근 출시된 ‘SM5 D’의 경우 1461cc의 직분사 디젤 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에 엔진 배기량만 놓고 본다면 소형차에 속한다. 그러나 앞서 출시된 ‘SM5 TCE’는 1618cc의 터보 엔진 때문에 중형차로 구분된다. 원조격 모델인 ‘SM5 플래티넘’은 1998cc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고 있어 거의 대형차급에 육박하는 중형차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차체 크기를 유지하면서 엔진 효율을 좋게 제작하는 것이야말로 차급 파괴를 넘은 진정한 다운사이징 기술”이라며 “이미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동일 모델이라도 다양한 엔진을 적용해 차급을 다양하게 하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차량의 배기량이 아닌 차량의 길이로 차급을 정한다. 흔히 ‘세그먼트’라고 부르는 기준이 바로 그것이다. 유럽은 가장 작은 차급인 A세그먼트를 차량 길이 3500㎜ 이하로 규정한다. 또 B세그먼트는 3500~3850㎜, C세그먼트는 3850~4300㎜, D세그먼트는 4300~4700㎜로 각각 규정하며 한국의 준대형·대형에 속하는 E세그먼트와 F세그먼트는 각각 그 길이가 4700~5000㎜, 5000㎜ 이상 등으로 분류된다.

피아트의 ‘500(친퀘첸토)’의 경우 A세그먼트에 속하며 국내 기준으로는 경차 수준의 차체를 사용하지만 엔진은 900cc, 1200cc, 1400cc 등 3가지를 사용한다. 엔진만 놓고 볼 경우 경차에서 소형차급에 이르는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친퀘첸토는 900cc 모델의 경우 국내에서 경차급 배기량이지만 차량 넓이가 경차 기준 폭(160㎝)보다 4㎝를 초과해 경차 혜택을 받지는 못했다. 따라서 피아트 측은 900cc 모델 대신 엔진 성능을 높인 1400cc 모델을 국내에 출시했다. 피아트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다양한 엔진을 개발해 판매국별로 출시 모델을 차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수입차가 국내 시장에 가세하며 차급 구분이 더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져 아예 업체들 간에는 차급에 매여 차량을 개발하기보다는 각 모델 고유의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엔진을 다양화해 소비자의 폭을 넓히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아우디의 경우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은 ‘A1’ 같은 모델은 아우디 내의 가장 작은 차급이지만 동일 차종 내 엔진 배기량 변화 폭이 1200~2000cc에 달해 국내로 치면 소형, 준중형, 중형까지 넘나드는 수준이다.

또 BMW 3시리즈나 벤츠 A클래스, 아우디 A4 등은 실내공간 등을 봤을 땐 준중형인 아반떼와 중형 쏘나타의 중간이지만 유럽에선 D세그먼트, 즉 중형차로 보고 있다. 이런 식으로 그랜저는 BMW 5시리즈, 제네시스와 에쿠스는 BMW 7시리즈로 묶일 수 있다. 한편 미국에선 차종을 차체 크기나 배기량 기준 외에 고급차와 일반차로 구분하기도 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서는 차량의 연비가 구매 결정 기준 1순위”라며 “같은 크기의 차체에서 최적의 엔진과 미션의 조합을 개발하다보니 엔진이 점점 더 작아지고 효율성이 높아져 동일 모델에서도 다양한 엔진 적용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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