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근 경기 양평군 단월면 산음휴양림 내 치유의 숲에서 진행된 산림치유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치유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산림치유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린 닥터’라고 불리는 산림치유 효과의 비밀을 규명하는 연구가 국립산림과학원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각종 질환별 치유 프로그램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오는 2017년까지 34개소의 치유의 숲이 전국 각지에 조성되며 ‘산림치유 지도사’라는 신직업 종사자 500명을 신규 공급하는 계획이 추진되는 등 국가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산림치유 효과의 비밀’ 규명 노력 활발 = 산림치유는 산림의 다양한 환경 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정신적, 심리적 건강 증진뿐만 아니라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건강을 증진시킴으로써 질병을 치유하는 활동을 말한다.

질병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의료영역과는 구분된다. 하지만 산림휴양이나 산림욕보다 한 단계 발전된 개념이다. 2000년대 초반 독일과 일본에서 통합의학의 일환으로 시작된 개념이지만 현재는 우리나라가 제도적 기반과 인프라를 갖추면서 오히려 관련 연구와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산림 치유의 대상은 중환자 이외 심신의 회복과 휴양, 생활습관 개선 등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원하는 모두가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국민의 81.6%가 연 1회 이상 숲을 찾고 있고 연간 누적 산행인구가 4억14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산은 국민적 여가 휴양 공간이다.

◆ 산림치유 연구 메카 국립산림과학원 = 국내 산림치유 연구의 중심은 국립산림과학원(원장 윤영균)이다. 지난 2007년쯤부터 산림치유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 규명하고 측정하는 연구와, 치유 프로그램 개발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보이면서 산림치유 분야에서 세계적인 흐름을 선도하는 녹색 연구개발(R&D) 기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산림이 갖고 있는 다양한 치유 인자인 경관, 피톤치드, 음이온, 산소, 소리, 햇빛 등이 건강 증진, 스트레스 해소, 심리적 안정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산림휴양치유연구실을 중심으로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산림과학원 연구진들의 연구 성과는 다양하다. 유방암 수술 후 회복기 환자가 산림 치유 이후 면역력을 나타내는 NK세포 수치가 크게 높아진 점을 확인했다. 소아천식과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환자 어린이들에게 치유 프로그램을 실행해 폐기능 증진, 호기 산화질소 감소, 아토피 발진 감소 등이 뚜렷하다는 점도 밝혔다. 평소 숲을 이용하는 직장인이 직무만족도가 높고 스트레스는 낮다는 점도 규명했다.

약물치료 중인 경계성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 관리 프로그램이 포함된 산림 치유를 실시해 혈압이 조절되고 삶의 질 지표가 2배 가까이 상승한 점도 확인했다. 경증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산림 치유를 실시한 결과 27.3%가 숲을 바라보기만 해도 긍정적인 감정이 상승한다고 답했다. 또 71.4%는 숲길을 20분간 걷는 것만으로도 긴장, 우울, 분노, 피로, 혼란 등의 부정적인 기분이 감소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산림치유 후 우울환자의 28.9%가 우울감이 낮아졌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27.4% 감소했다. 청소년의 경우 자아존중감이 11.9% 상승했으며 충동성 과잉 행동, 부적응 문제 행동 등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숲에서 운동한 노인에게서 항암 및 노화 지연 효과가 있는 멜라토닌의 체내 농도가 실내 운동 노인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도 산림과학원 작품이다. 도심지보다 산림에서 산책했을 때 심박 변이도가 더 안정되고, 스트레스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산림과학원 산림휴양치유연구실의 박수진 연구사는 “예를 들어 피톤치드는 나무가 해충과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생성되는 물질로 산림 내 공기에 존재하면서 인간의 후각을 자극해 마음의 안정과 쾌적감을 가져온다”며 “이 같은 산림환경 인자들의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성분이 어떻게 인간의 면역체계나 자율신경계에 작용해 치유 효과를 주는지에 대한 메커니즘 연구와 임상 데이터를 얻는 생리학적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어떻게 = 국립산림과학원은 다양한 맞춤형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치유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질환별로 운동요법, 식이요법, 심신이완 요법 등을 병행 적용해 각종 증상을 완화시키는 ‘산림치유 프로그램 매뉴얼’을 일선 치유의 숲 현장에서 적용시키고 있다. 우울증 치유를 위한 ‘숲으로 떠나는 마음여행’ 프로그램의 경우 숲 명상, 걷기 명상 심리체험, 차 마시기 명상 등을 접목했다. 유방암 회복기 중년 여성들을 위한 통합의학적 산림치유 프로그램도 제공되고 있다.

아토피, 천식 등 소아환경성 질환을 대상으로 한 3박4일 치유 프로그램도 인기다. 숲 레크리에이션, 맑은 숲 게임, 별자리 관찰 등으로 구성돼 있다. 프로그램 진행은 지난해부터 국가자격증 제도가 도입된 산림치유지도사가 맡는다. 산림, 보건의료 등의 관련 학과 졸업자들로 프로그램의 기획, 개발, 실행, 지도 등 전반적인 관리를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 산림치유 명소는 어디 = 치유의 숲은 현재 전국에 4곳이 운영되고 있지만 산림복지를 강화하는 산림청 정책에 힘입어 2017년까지 34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산음 치유의 숲(031-774-7687)은 경기 양평군 단월면 산음자연휴양림 내 55㏊에 자리잡고 있다. 장성 치유의 숲(061-393-1777)은 전남 장성군 서삼면 축령산의 258㏊ 규모의 편백나무숲에 위치하고 있다. 편백나무에 풍부한 피톤치드를 활용해 아토피·스트레스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강원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 치유의 숲(033-345-4451)과 최근 개장한 경기 가평군 상면 잣향기푸른숲(031-8008-6770)에서도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내년에는 제주 서귀포시, 전남 장흥 억불산, 충북 영동 민주지산 등에 치유의 숲이 신설될 예정이다.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