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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아노의 문학은 한마디로 ‘기억의 고고학’이다. 파편화되고, 잊힌 기억을 끄집어내 단순하고 명쾌한 문장으로 독자 앞에 가져다 놓는다.” 1978년 모디아노의 작품을 국내에 처음 번역해 소개한 김화영(73·사진)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는 “노벨문학상 시즌이 되면 머릿속에 꼽았던 프랑스 작가 중 단연 1순위는 모디아노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모디아노와 함께 프랑스 현대문학의 최고 작가로 꼽히는 미셸 투르니에는 모디아노보다 나이가 많지만 현재 작품활동을 하지 않는다”며 “반면 모디아노는 매년 혹은 2년에 한 번꼴로 작품을 발표하고 올해도 새 소설을 내놓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수상자로 선정된 듯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모디아노의 작품세계에 대해 “프랑스가 독일군에게 점령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시대를 배경으로 어둡고, 불분명하고 불확실한 세계를 그린다”며 “이런 세계의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억들이 왜곡되고 깨지고, 때로는 잊히게 된다”고 했다.

이어 “모디아노의 작업은 마치 고고학을 하는 사람처럼 이 기억들의 빠진 부분을 찾고 단절된 세계를 이어 ‘진정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해답에 이르려 하는 것”이라며 “이는 2차 세계대전 시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은 인간들이 존재의 근원과 뿌리를 찾아가는 보편적인 모험과 같다”고 말했다.

모디아노의 30여 편의 작품은 대부분 이런 비슷한 주제와 내용을 다룬다. 이 때문에 “싫증이 난다”고 말하는 평론가와 독자도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오히려 이 점이 그를 최고의 작가 자리에 올려놓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음악가가 다양한 변주를 통해 하나의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면 최고의 자리에 오르듯, 모디아노는 비슷하지만 다양한 이야기들의 변주 속에 인간 존재의 근원을 찾아간다”고 설명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