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포은아트홀= 문화는 무겁지 않으며 사람에게 설렘을 주는 것이라 여겨진다. 어느 공연장을 가게 될 때 전해져 오는 느낌이다. 중앙으로 쏠리는 문화현상을 지방의 시민에게 돌려주니 반갑다. 2012년 10월 4일 시민화합으로 이뤄진 개관식으로 문을 열었다. 올 10월로 개관 2주년을 맞는다. 처음엔 지방이어서 관중석이 다 채워질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문화는 장소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1244석 규모의 포은아트홀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수용하는 다목적 공연장이다. 오전에 만끽하는 아름다운 클래식 향연, 전문해설가의 재치 있는 해설이 어우러지는 ‘마티네 콘서트’가 매월 셋째주 목요일을 기다리게 한다.

▲아르피아체육공원= 여느 운동장들과 달리 특별한 환경에서 조성된 체육공원이어서 의미가 크다. 수지하수처리시설을 지하화하고 상부를 공원화해 만들었다. 수지레스피아라는 명칭을 사용하다가 포은아트홀이 준공되면서 새 명칭인 아르피아체육공원으로 불리고 있다. 아르피아는 언제나 사람들이 붐빈다. 야유회온 것 같은 분위기에서 각자의 체육놀이를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알맞다. 안전성도 만족할 만하다. 넓은 인조잔디, 축구장과 야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4면의 테니스코트와 육상트랙 등 야외시설이 있다. 포은아트홀 뒤편에 있어 드나들기도 편리하다.

▲죽전 야외음악당= 단국대에서 내려오면 성현마을 비발디공원에서 시작되는 길로 올라간다. 아늑한 숲속에 있어 자연친화적인 문화공간으로 돋보인다. 반원형 천장과 연결된 금속 구조물 아래쪽에 650석과 층계식 고정 객석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작은 숲속과 연결되게 한다. 특히 야간공연시에는 인공조명과 자연의 숲이 어우러져 공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음악공연 대신 가끔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날도 있다. 선착순 무료. 공연이 없는 날은 객석을 개방하지 않지만, 음악당 뜰에서 시작되는 산책로 계단을 올라가면 객석과 그 주변의 숲을 보는 것으로도 만족하게 된다. 그냥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음악을 듣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니까.

▲에코의 서재= 여러 곳의 카페를 드나들다 보면 대개 고만고만한 수준이어서 마음에 드는 집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보정동 카페거리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 중에서도 ‘에코의 서재’는 가을 냄새가 났다. 책이 있다는 것에 마음이 끌렸고 책 냄새의 아늑함과 빈티지 스타일의 탁자와 의자가 넓게 배치돼 좋았다. 다른 곳보다 들떠있지 않고 책을 읽는 사람의 침묵이 깔려 있다. 북 카페적인 요소가 갖춰져 혼자 와도 눈치 보게 하지 않는 분위기가 장점이다. 이 카페에서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찍어서 화제가 된 모양이다. 움베르트 에코도 떠올려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