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광 남편과 착한 아내의 일기

1)아내의 일기

저녁 내내 남편이 좀 이상하다.

오늘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만나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었다.

물론 내가 모처럼 만난 친구들과 온종일 쇼핑을 하느라 조금 늦었다고 화가 난 것 같긴 하지만, 남편이 그렇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외식하는 내내 대화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

남편도 그러자고 했지만 거기 가서도 이 양반이 그다지 입을 열지 않는다.

뭔가 잘못된 일이라도 있냐고 물어도 ‘아니’라는 말뿐이다.

내가 잘못해서 화가 났느냐고 물었다.

화난 거 아니라고, 당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란다.

집에 오는 길에 남편에게 ‘여보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남편은 그냥 싱긋 웃어 보이면서 운전만 계속했다.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도 없고 ‘나도 사랑해’라고 말해주지 않은 이유도 알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해서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남편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다.

남편은 그냥 조용히 앉아 TV만 봤다.

너무 먼 사람처럼, 없는 사람처럼, 마치 타인처럼 느껴졌다.

이윽고 우리 사이에 침묵만이 흐르자, 나는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약 30분 지나자 그이도 옆에 와서 누웠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위축돼 보였고 다른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 같아 보였다.

그가 잠들자, 나는 울었다.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가 다른 여자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인생이 재앙이다.



2) 남편의 일기

매일 해왔듯이 오늘도 골프연습장에 가서 부지런히 휘둘렀다.

오늘따라 계속 슬라이스가 났다.

온종일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