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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욕적인 경기진작책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의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23개월 연속으로 1%대 수준에 머물고, 8분기 연속으로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밑도는 현상이 지속되는 등 한국경제의 ‘저성장·저물가 고착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저성장·저물가 지속으로 인한 한국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7일 통계청과 현대경제연구원, 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1%에 그치면서 지난 7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11월 1%대로 떨어진 이후 올해 9월까지 23개월 동안 2%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소비자물가가 한국은행 물가 목표의 하단(2.5%)을 밑돌 게 확실시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낮춘 바 있다.

경제연구소들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7%, 2.0%에서 각각 1.3%, 1.5%로 크게 낮춰 잡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6%, 내년 1.9%로 2년 연속 2% 이하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연구기관들은 경기회복 지연과 원화강세 등으로 저물가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경기부양책에도 불구, 저성장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를 밑도는 ‘디플레이션 갭’ 상태는 2012년 3분기 이후 올해 2분기까지 8분기 연속 지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디플레이션 갭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도 내수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도 내수는 건설투자와 민간소비가 소폭 개선되지만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며, 설비투자는 소폭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과 수입도 소폭 개선되지만 미진한 수준이며 수출 증가세가 수입 증가세보다 약해 순수출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저성장·저물가 고착화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


◆디플레이션 갭 = 생산·소비·투자 침체 등 경기하강 국면에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인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를 밑도는 현상. 한 나라의 경제가 충족시킬 수 있는 잠재적 공급능력에 비해 총수요의 크기가 미치지 않는 경우, 그 차액을 디플레이션 갭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