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2일 원내대표직을 물러나면서 당내 계파 수장들을 직접 겨냥하고 강경파들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당에 대한 마지막 충정으로 풀이된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했을 때도 밝혔듯이 박 원내대표는 현재의 당 내 상황에서는 미래가 어둡다는 생각이 강하다. 박 원내대표는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당이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는 미안함을 전하면서 동시에, 협상 결과 수용을 당부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소속 전체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밝힌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의 직업적 당 대표론은 당내 계파수장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극단적 주장”은 당내 강경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일부 계파가 차기 당권을 노리고 적극적으로 박 원내대표를 공격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는 ‘선명성’만을 앞세우는 풍토도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낯선 정치에 뛰어든 뒤 지난 10년의 경험에서 저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정작 목표는 이뤄지지 않는 많은 경우를 보았다”고 밝혔다. 그는 “2004년 국가보안법 협상이 그랬고,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17대 국회의 검경 수사권 협상이 그랬다”며 “세월호특별법만은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법 협상과 관련해, “안 되는 일을 되는 것처럼 포장해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은 진실의 증거들이 사라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냥 바라보는 것이라고 여겼다”며 “진상 규명이 가능한 법을 가능한 빨리 제정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끌고 온 협상 과정에서 제가 받은 비난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드릴 말씀도 많지만 그저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빠르게 사라져가는 증거들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는 가능한 빨리 출범해야 한다”며 유족들에게 협상 수용을 당부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