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모든 사람들이 저자가 되는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작가’ ‘저자’라면 일반인과는 다른 예술가나 지식인이었던 시대가 저물고 모두가 저자가 되고, 동시에 독자인 시대가 됐습니다. 글쓰기, 특히 자신을 드러내는 글쓰기가 일상이 됐고, 책 출간 형태도 다양해져 어렵지 않게 책을 낼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소설가 고종석은 ‘글쓰기의 민주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1980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21세기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며 처음 사용한 ‘프로슈머(prosumer)’가 읽기와 쓰기의 현장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글쓰기 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안톤 체호프처럼 글쓰기-좋은 신발과 노트 한 권’(피에로 브루넬로 지음/청어람)과 ‘발터 벤야민의 공부법’(권용선 지음/역사비평사)은 위대한 작가와 비평가를 따라가며 글쓰기란 무엇인지, 또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들려줍니다. 유럽의 체호프 전문가가 쓴 ‘안톤 체호프처럼 글쓰기’는 체호프가 1890년 사할린을 탐방한 후 쓴 ‘사할린 섬’과 개인적인 편지, 여행수첩 등에서 글쓰기와 관련된 조언을 추린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가까운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목표를 명확히 하라, 아무도 공부하지 않은 것을 공부하라,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지 마라, 헛소문과 낙서에 호기심을 가져라, 식사 초대를 수락하라, 밤낮으로 관찰하라, 비평에 신경쓰지 마라, 자신의 양심에 따르라, 여행 이야기를 쓸 때는 추억에 몸을 맡겨라….’

‘발터 벤야민의 공부법’은 철학저술 작업을 꾸준히 해온 저자가 쓴 것으로 요즘 문학·문화현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대세 비평가인 벤야민에게서 배우는 글쓰기입니다. 벤야민은 이렇게 말합니다. “글을 잘 쓰려면 기분좋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적인 사건이나 분위기에 좌우되지 않고 집중하기 위해 일관되고 쾌적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집필 중엔 소리 내어 읽지 마라. 글을 읽고 흡족하게 느끼면 글쓰는 템포가 느려진다” “어떤 생각도 흘려보내지 말고 노트를 엄격히 관리하라” “영감이 떠오르는 대로 따라가지 말고 펜을 뻣뻣하게 굴려라.” 밑줄을 그어가며 읽어보지만 안다고 해서 그렇게 쓸 수 있겠습니까. 글쓰기란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일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위대한 작가가 되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중요한 것은 글을 쓰다 보면 그 어떤 놀이나 작업보다 생각이 정리되고, 그렇게 자신과 세상을 조금 떨어져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대한 글쓰기가 아닌 일상의 글쓰기인 것이죠. 그러니 또 읽고 또 씁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