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9월 20일 대전 무수천하마을 다목적회관 옆 체험장에서 열린 ‘식사랑농사랑’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삼채장아찌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바쁜 일상생활에 쫓기며 복잡한 도시에 갇혀 지내다 가족들과 함께 농촌체험을 와 보니 막혔던 숨통이 뻥 뚫린 듯 시원하고 상쾌해 너무 행복합니다.” 지난 9월 20일 오전 대전 중구 운남로 무수천하마을 다목적회관 앞은 가족단위로 구성된 320명의 체험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식사랑농사랑’ 행사를 위해 이날 아침 서울역에 모여 새마을 전세열차를 타고 찾아 온 서울지역 가족들로 오랜만에 가족여행 겸 농촌체험에 나서서 그런지 만면에 웃음꽃이 가득했다.

이날 행사는 참여 인원이 많아 4개조로 나눠 실시됐다. 이들 가운데 80명은 다목적회관 2층 강당으로 올라가 이선영(여·47) 무수천하마을 사무장으로부터 다소 생소한 채소인 삼채에 대해 10여 분 동안 설명을 들은 뒤 회관 옆에 붙어 있는 체험장에서 본격적인 삼채장아찌 만들기에 나섰다. 엄마, 아빠와 어린이들은 테이블 위에 놓인 삼채 500g을 비닐봉지에 넣고 간장 300g, 식초 300g, 설탕 150g 비율로 혼합해 놓은 액체를 큰 국자로 정성스럽게 퍼 담았다. 이후 비닐봉지를 눌러 공기를 빼낸 후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게 묶으면 작업이 끝나는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장아찌를 만들었다.

남편, 아들딸 등과 함께 농촌체험에 나선 김혜진(37) 씨는 “오늘 삼채를 처음 봤는데 장아찌를 만드는 것이 너무 쉽고 건강에도 좋은 채소라고 하니 서울로 돌아가면 가족들과 함께 꼭 자주 만들어 먹어야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전 행사가 끝난 뒤 체험객들은 이곳에서 생산한 나물을 넣은 비빔밥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가을이지만 비교적 더운 날씨에 지친데다 아침 일찍부터 서울에서 오느라 허기가 진 탓에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연신 ‘맛있다’며 게눈 감추듯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오후가 되자 이들은 다목적회관에서 약 500m쯤 떨어진 대전시 유형문화재인 유회당 권이진(1668∼1734) 종가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대사간·호조판서·평안감사 등을 두루 지낸 권이진이 부친의 묘를 지키기 위해 20m쯤 언덕 밑에 기거하면서 부모님 생시와 똑같이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를 올린 곳으로 어린이들에게 충효의 산교육장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곳 잔디밭에서 어린이들의 투호체험 놀이를 마친 체험객들은 바로 앞에 있는 전통체험장으로 이동, 자연염색을 체험했다.

이곳에서는 홍경숙(여·68) 체험교사가 이론교육을 마친 뒤 가로·세로 각각 30㎝의 순면을 한 장씩 나눠주었다. 체험객들은 내키는 대로 순면을 접어 돌돌 말아 올린 뒤 고무줄로 3∼5개 마디로 묶고 치자·소목·가지껍질에서 추출한 노랑·빨강·보라색의 염류를 취향에 따라 마디별로 적셨다. 고무줄을 풀고 순면을 펼치는 순간 접은 방식과 마디 수, 색상에 따라 모두 다른 천차만별의 무늬가 드러나자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와∼’하는 탄성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윤세은(9) 양은 “염색을 처음 체험했는데 무늬가 아주 예쁘게 나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서울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을 농촌 체험을 통해 배우며 실습해 매우 보람찼다”고 말했다.

이후 체험객들은 논밭길을 따라 약 1㎞쯤 떨어진 권용제 마을 대표 소유의 호박 고구마 밭으로 향했다. 권 대표는 “이 고구마는 큰 것보다 작은 것이 맛있다”며 1인당 2㎏까지 담을 수 있는 노란 비닐봉지를 나눠주었다. 이에 체험객들은 고구마를 캐기 위해 호미와 쇠스랑으로 열심히 밭을 갈았다. 수차례 실패를 거쳐 고구마 3∼4개가 넝쿨째 매달려 한꺼번에 나오자 한 어린이는 ‘야호’라는 괴성을 지르기도 했다. 조성민(12) 군은 “그동안 엄마가 시장에서 고구마를 사와 쪄주는 것을 먹기만 했는데 농촌에서 처음으로 직접 캐보니 땅속에서 주렁주렁 매달려 나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면서 “내 손으로 수확의 기쁨을 처음으로 만끽할 수 있게 해준 고구마를 쪄 먹을 생각을 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고 즐거워했다.

이날 행사를 마친 체험객들은 고향에 왔다가 귀성하는 모습과 비슷하게 삼채·고구마·염색 면 등을 가방에 넣거나 양손에 들고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김황현(52) 농협 식사랑농사랑 추진국장은 “지난 6월부터 실시한 서울시 도시가족 주말농부 프로그램에 현재까지 1000여 명이 이용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며 “앞으로 더욱 많은 도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내용도 더욱 다양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 = 고광일 기자 ki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