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춘천=뉴시스】손성목 참소리축음기·에디슨 박물관 관장과 영화배우 안성기, 최문순 강원도지사(왼쪽부터)가 2012년 11월19일에 강원도청에서 ‘안성기영화박물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강원도 제공)

안성기측 “손 관장이 안성기 이름 내리고 싶다 말해”
동업자 “안성기 유료 관람 반대, 도중에 빠져”

국민배우 안성기가 동업자에게 토사구팽을 당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2012년 11월24일 강원 강릉시 저동 경포호수 인근 박물관 부지에서 ‘안성기영화박물관’ 기공식이 치러졌다.

기공식 5일 전(19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안성기씨와 손성목 참소리축음기·에디슨 박물관(사립박물관) 관장과 안성기영화박물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강원도는 안성기영화박물관을 평창동계올림픽의 문화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박물관 요청 시 자금 및 금리지원을 해주기로 했었다.

강릉시도 올해 4월 안씨와 손 관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각종 편의를 지원했다.

강원도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안성기 국민배우의 50년 영화인생과 희귀한 영화자료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안성기영화박물관이 개관되면 강릉의 문화유산과 더불어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볼거리와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국제적인 문화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단체관광객의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었다.

특히 “안성기영화박물관이 건립되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문화올림픽 실현에 따른 문화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김상표 당시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2년 전 기공식 행사장에서 “강원도는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했고 이 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치를 준비를 하는 이 때 안성기영화박물관이 만들어진 것을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배우이신 안성기 관장님의 50여 년의 영화인생이 고스란히 담길 것이고 (안성기영화박물관은) 이 지역 뿐 아니라 세계의 문화자원이고 문화유산으로 발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씨는 기공식에서 “진짜 이것은 세계적인 박물관이다. 사실 걱정되는 것이 안성기영화박물관이 거기에 걸맞게 좀 잘 차려져야 되지 않는가 생각한다”며 “손 관장과 노력해가지고 세계 수준의 영화박물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손 관장은 “기필코 맹세합니다. 세계의 영화박물관 속에 안성기영화박물관이 있게끔 세계적인 영화박물관을 만들어서 후세들의 산교육장으로 꼭 물려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기공식에서 손을 맞잡고 세계적인 영화박물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47년 전 손 관장의 여동생이 안씨의 사촌 형과 백년가약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강릉은 안씨의 외가이자 어머니의 고향으로 안씨의 어린시절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이 사업은 국민배우를 기념할 영화박물관을 만들자는 손 관장의 제안을 안씨가 받아들이면서 탄력을 받았다.

손 관장이 추진하려는 박물관 사업의 부담을 느낀 강릉시는 업무협약 체결에 난색을 표명했지만 안씨가 전면에 나서면서 안 될 것 같던 업무협약이 이뤄졌고 지난달 30일 개관하게 됐다.

◇안성기영화박물관 ‘손성목영화박물관’으로 바뀌어 개관 왜?

그런데 개관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영화박물관의 명칭이 바뀌었다. 안성기는 온데간데없이 손성목영화박물관으로 바뀐 채 개관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와 관련 안씨의 부인 오소영씨는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개관하기) 한달 전에 안성기 이름 내리고 싶다고 (손성묵 관장이) 먼저 얘기했었다”고 털어놨다.

안씨가 박물관 운영 방식을 두고 손 관장과의 의견 충돌로 스스로 이 사업에서 손을 뗐다는 지금까지의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씨는 “(안성기영화박물관 문제로) 일간지에서 여러번 전화받았지만 애기 아빠가 그 쪽(손 관장)에 타격을 줄 것 같으니까 사실대로 얘기 안 하고 있다. (남편이) 가톨릭 신자라서 우리 아빠는 다 내탓이오라고만 말한다”며 유료 운영을 두고 손 관장과의 의견 충돌로 스스로 안성기 이름을 내리고 박물관 사업에서 빠진 것처럼 보도된 데 대해 불쾌감과 억울함을 내비췄다.

오씨는 특히 강원도와 체결한 업무협약에 대해 걱정했다.

오씨는 “‘안성기영화박물관에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문구가 MOU에 적혀 있어서 강원도하고 맺은 MOU로 애기 아빠가 사기죄로 걸릴 수도 있다”며 “애기 아빠가 책임지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파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정치인이기 때문에 이 일이 최문순 지사를 공격하는 비방의 근거가 될 수 있어 (정적이) 언제든지 왜 지원을 했느냐 라고 공격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안성기씨도 난처해진다”고 우려했다.

오씨는 또 “은행에서 안성기 보고 융자를 해준 것이라서 은행에서 안성기를 걸고 넘어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오씨는 “OO은행에서 50억원의 융자를 받았고 (손 관장이) 60억원을 털어서 박물관을 지었다”고 밝혔다.

그는 “손 관장 전화번호도 지웠다. 손 관장은 적반하장 안하무인의 대가를 받게 될 것”이라며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오랫동안 친척 관계로 지내오면서 쌓은 인간적 신뢰가 일순간 무너진 데 따른 불쾌한 심경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손 관장은 “대출 60억원과 사재 50억원을 투자해서 영화박물관을 지었다”면서 “하루 대출이자가 3000만원”이라고 말했다.

또 “대출 받을 때 참소리축음기·에디슨 박물관의 전시물들을 잡혀서 대출을 받은 것”이라면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지은 것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강릉에 이바지하려고 한다. 죽을 때 박물관을 다 나라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안성기 이름이 빠진 데 대해서는 “안성기는 유료 관람에 반대 입장이었고 그래서 도중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손 관장은 “박물관 입장료를 어른 1만3000원, 어린이 9000원을 받겠다”고 했다.

한편 강릉시는 안씨와 손 관장과 맺은 업무협약을 파기하고 박물관 주차장으로 사용될 시유지를 회수하고 시의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시멘트로 포장된 것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원상복구토록 명령했다.

또 박물관 측이 운영하려던 1층 커피숍은 신고되지 않은 제1근린생활시설의 판매시설에 해당돼 불법인 만큼 영업을 개시할 경우 영업장 폐쇄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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