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노인이나 노숙자, 취객을 상대로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갈취한 중학생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저항하지 못하게 폭력을 행사한 후 피해자의 얼굴에 오줌을 누거나 침을 뱉으며 통장의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등 잔인한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송규종)는 노숙자와 노인, 취객 등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특수절도 등)로 박모(14), 이모(15) 군을 구속 기소하고 공범 안모(15) 군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생인 이들은 서울 개포동에서 살며 PC방과 당구장 등을 다니다 용돈이 부족해지자 힘이 약한 노숙자나 노인, 취객 등으로부터 돈을 빼앗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 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지하철 분당선 대모산입구역 지하 의자에서 잠을 자던 노숙자 강모(60) 씨에게 “배가 고프니 돈을 좀 달라. 주머니를 뒤져서 (돈이)나오면 알아서 해라”라며 협박하고 강 씨에게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오라고 시켰다.

이에 일어나 편의점으로 가던 강 씨가 뒤돌아보자 이들은 강 씨가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로 얼굴과 몸통 등 온몸을 손발로 때리고 우산까지 사용해 부러질 때까지 휘둘러 갈비뼈 3개와 치아 6개가 부러지는 전치 4주의 골절상을 입혔다.

이들은 쓰러진 강 씨에게 침을 뱉고 소변을 봐 반항하지 못하게 한 뒤 가방과 지갑, 선글라스 등 47만6000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았으며, 가방에서 통장을 찾아내자 강 씨의 가슴을 발로 밟아 비밀번호까지 알아냈다.

이들은 또 지난달 29일 새벽에 아파트 단지 벤치에서 술에 취해 잠든 장모 씨의 옷을 뒤져 현금과 휴대전화를 훔치는가 하면, 그 다음날엔 술에 취해 승용차 조수석에서 잠든 박모 씨를 발견하고 차를 뒤져 금품을 절취하는 등 지난 8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235만여 원을 훔치거나 빼앗았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지난달 26일에는 공원 정자에서 쉬고 있는 김모(72) 씨에게 돈을 달라고 했다가 김 씨가 도망가자 따라가며 발길질을 하고 김 씨의 자전거 안장에 불을 붙여 태우는 등 온갖 행패를 부렸다.

검찰은 사안이 경미할 경우 소년부 재판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박 군이 보호관찰 대상자임에도 경찰 수사 단계에서 출석 약속을 어기고 도망간 점이나 범행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서로 말을 맞추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한 점 등을 감안해 박 군과 이 군을 구속, 안 군을 불구속 상태로 정식재판에 넘겼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