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나이에도 병든 아내 지극 간호 ‘잔잔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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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에 앉은 등 굽은 할아버지가 병상 식대 위에 카스텔라와 물 한잔을 사이에 두고 침상에 기대있는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한 장의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며 퍼져나가고 있다. 정진석 전 의원이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이 사진은 김종필(JP·얼굴)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가 아내 박영옥 여사를 극진히 간병하는 모습이다. JP는 올해 여든여덟, 박 여사는 여든다섯이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두 사람이 결혼을 했으니, 올해로 63년을 함께 산 것이다.

박 여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 형인 박상희 씨의 딸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 언니다. 따라서 김 전 총재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 형부가 되는 셈이다. JP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5·16군사정변을 일으킨 뒤 35세에 초대 중앙정보부장, 45세에 국무총리를 지낸 ‘권력의 2인자’이자 풍운아였다. 1980년대 이후에는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과 함께 ‘3김’ 시대를 이끌며 한 세대를 풍미했다. 그가 과거 공화당 정권 시절 권력의 견제에 밀려 잠시 한국을 떠나면서 “자의반 타의반”이라고 한 말은 오랫동안 세간에 회자됐다.

생사를 건 권력 암투 속에 80세를 넘기면서까지 정치의 한복판에서 정치를 해온 JP는 그러나 평생 희로애락을 함께한 아내의 와병에는 가슴이 타들어간 것 같다. 미안함과 안쓰러움, 가족에 대한 부채의식이었을까. JP는 2주 전 서울 순천향대병원에 입원한 후 허리 수술을 받은 박 여사를 지극정성으로 간병 중이다. JP 자신도 지난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지금까지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할 정도로 몸이 불편한 상태다.

황혼 이혼율이 젊은층 이혼율을 넘어서고 오래 살면 살수록 부부 사이가 각박해지는 요즘 아흔을 앞둔 김 전 총재의 ‘사부곡(思婦曲)’은 그래서 더 애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SNS 등에는 두 분의 사랑과 쾌유, 건강을 비는 글들이 답지하고 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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