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학위보다 숙련기술자’ 독일에서는 우리나라의 일·학습병행제도와 유사한 ‘이원화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 제도를 선택한 16∼18세 사이의 독일 학생들이 기업현장에서 기술교육을 받고 있다. 주미 독일대사관 제공

올해부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학습병행제는 독일·스위스의 ‘이원화 제도(Dual System)’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청년들이 대학진학 대신 기업에 취직해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것이다. 철저한 현장중심의 기술교육으로 일을 배우고 돈을 벌면서 학교까지 졸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일학습병행제가 심화하는 청년실업과 청년-기업 간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일의 이원화시스템은 16∼18세 학생들이 2∼3.5년 동안 기업현장에서 주당 3∼4일 동안 기술교육을 받고, 직업학교에서 1∼2일 정도 이론수업을 받으며 숙련기술자로 양성되는 과정이다. 학생들이 기업과 맺는 근로계약은 독일 직업훈련법의 규정에 따라 철저하게 문서화된다. 훈련의 유형과 목적, 목표, 훈련 개시 및 기간, 하루 일과 시간, 임금 지불방식 및 수준, 휴가기간 등 세부적인 사항까지 명시된다. 기업은 충분한 자격을 갖춘 현장 훈련교사를 확보해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생을 가르치고 공정한 임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세계 각국에 독일의 이원화 제도를 수출하고 있는 독일 국제개발협력단(GIZ) 자료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서는 한 학년당 44.2% 정도의 학생이 대학진학이 아닌 이원화시스템을 통한 숙련기술자로서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 교육기간 동안 이들은 월 평균 650유로(한화 약 87만 원)의 급여를 받으며 기술교육과 학업을 병행한다.

이원화 제도에 대한 독일 사회의 저변은 넓다. 독일기업 중 21.3%가 이원화제도를 운영 중에 있고, 매년 50만 명의 학생이 이원화제도 내로 편입된다. 이원화제도의 고용 안정성은 일반 고등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기술교육을 받은 졸업생들의 실업률은 5%에 불과한 반면, 일반 학교 졸업생들의 실업률은 20%에 달하고 있다.

미카엘라 마리아 바우어 박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독일 중소기업들과 낮은 청년실업률에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기준 청년실업률은 이원화제도를 운영하는 독일과 스위스가 각각 8.1%, 8.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16.3%)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독일의 이원화제도는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 가능한 제도일까. 바우어 박사는 “제도의 청사진만을 생각하면서 시스템을 적용하면 실패하기 쉽다”며 “사회구성원들의 긍정적 인식과 민관협력, 검증된 기술교육 인력, 역량 있는 중소기업, 정치권과 노동조합의 합의 등 탄탄한 기반이 있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사회적으로 기술을 중시하는 전통이 존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사회구성원의 인식이 뒤따르지 않으면 기술교육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우려에 대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서는 4∼5년 전까지만 해도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70%가 대학진학을 선택했으나 최근 취업률이 대학 진학률을 역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런 사회적 흐름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생각을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