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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막중/서울대 교수·도시계획학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도시·건축 규제 혁신 방안은 정부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체적인 골자는 도시 토지 이용과 건축행위에 대한 규제를 규제의 공급자인 인·허가 행정청이 아닌 토지 소유주 등 수요자의 입장에서 개선하겠다는 것으로, 그 정책 의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읽을 수 있다.

우선, 시간·공간적 차원에서 규제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유연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시간적 차원에서는 탈산업화와 정보화에 따른 융·복합의 시대적 추세에 맞춰 다양하게 변화하는 토지 이용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기반시설 등의 용도 복합을 폭넓게 허용하는 방안들이 제안돼 있다. 공간적 차원에서는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던 획일적 규제를 각 지역의 실정에 따라 맞춤형으로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들이 포함돼 있다. 다음으로는, 행정적 편의에 의해 발생하는 소모성 비용인 규제의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을 줄이려는 시도로서, 부처별 규제를 통합 관리하고 유사한 심의를 통합해 수요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기본적인 정책 방향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혁신 방안은 숙제도 동시에 안겨준다. 먼저, 규제를 둘러싼 거버넌스 문제로, 국가(중앙정부)가 나서야 할 일과 지자체에 맡겨야 할 일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 토지 이용이나 건축 행위의 적절성은 입지 조건이나 부지 특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도시·건축 규제는 기본적으로 지방 사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는 지자체가 규제 행정을 합리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특히 지자체가 특혜 시비나 감사를 우려해 소극적이고 경직된 행정을 하지 않도록 중앙정부가 미집행 기반시설을 해제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 주거나 지자체에 ‘건축민원 전문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 것 등은 바람직한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미집행 기반시설을 해제하기 위한 ‘국가 해제 권고제’ 도입은 민원인과 지방정부 간 문제에 국가가 개입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소지가 있으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지 일부를 공개공지로 제공하는 경우나 에너지 절약 건축물 등에 대해 국가가 직접 용적률 완화의 최소 기준을 규정하려는 것도 자칫 획일성 규제 행정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지역 맞춤형 규제 행정 구현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계획 역량(planning capacity)을 제고하는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도한 규제를 우려하는 민원과 다른 한편으로 특혜를 의심하는 감사 사이에서 관련 공무원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신있게 기준을 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규제 혁신’이 ‘행정 혁신’과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나아가, 정부가 직접 할 일과 민간에 맡길 일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의도한 대로 각종 기반시설의 복합 이용을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기반시설의 일부를 시설 운영의 노하우가 많은 민간 사업자에게 임대해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국·공유 재산의 활용에 대한 규제 완화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시·건축 규제와 부동산 규제를 혼동해선 안 된다. 경기 변동에도 민감해야 할 부동산 규제와는 달리 도시·건축 규제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물리적 환경을 바꿔 놓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 활성화’나 ‘경제 활성화’의 단기적인 측면보다는 장기적인 ‘국민 행복’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의 강도보다 규제 행정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