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근로정신대’가 ‘지원兵’? 황당한 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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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 지하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일제강점기 역사를 설명하면서 탄광이나 공장 등에 강제로 끌려갔던 젊은 여성들을 지칭하는 ‘근로정신대’를 ‘Women’s Volunteer Corps’라고 번역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제가 전시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강제로’ 동원한 여성 인력들을 ‘자원봉사자’ ‘지원병’의 뜻을 가진 ‘Volunteer’로 번역한 것은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2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1전시실 ‘대한민국의 태동’에 전시된 ‘전쟁 강제동원’ 설명글에는 ‘젊은 여성들은 근로정신대와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갔다’(위 사진)라는 문장이 ‘Women were recruited, as well as, to work in ‘Women’s Volunteer Corps’ or to serve as sex slaves in Japanese military camps’(아래)로 번역돼 있다.

유 의원은 “역사적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고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다”면서 “국제적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진실을 알리려는 피해자들의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는데, 정작 정부가 세운 박물관은 일본을 대변하는 듯한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박물관은 지난 2012년 12월 26일 첫 전시를 시작한 이래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199만 명(8월 현재)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관련 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자발적으로 나선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라며 “명백한 역사왜곡이고,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일본에서 근로정신대를 ‘Women’s Volunteer Corps’로 쓰는 사례가 발견된다”면서 대체용어로‘Women’s Labor Corps’를 제안했다. 박물관 측은 번역 과정에서 관련 단체들과 단 한번도 상의한 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물관 측은 “역사적으로 정리가 덜 됐고 성격상 모호한 부분이 있어 번역에 어려움과 혼란이 있었다”며 “논란이 많은 번역이라는 점은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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