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의 의문점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하는 것과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10월 2일 개막하는 부산영화제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는 진도 팽목항에서 현장을 중계한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와 다큐 저널리스트 안해룡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이 영화 배급사인 시네마달 관계자는 “이 다큐는 다이빙벨 투입 논란의 전말을 재구성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문점을 되짚어 보기 위해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세월호 사고의 전개 과정과 함께 경기 안산시에서 서울까지 행진한 유족 인터뷰 내용도 담겼다.

부산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영화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날 조직위에서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별도의 소개를 하지는 않았지만 상영 사실이 알려지며 영화제 조직위와 부산시 등에 정부기관을 비롯해 각계의 문의가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후 아직 시신 수습과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단체에서는 “실패로 끝난 다이빙벨 투입을 왜 다시 끄집어내냐”며 영화 제작 동기 자체의 순수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5일 보수 성향의 문화예술시민단체인 차세대문화인연대가 성명을 통해 “영화제에서 세월호 문제를 일방적 시선으로만 보여줘선 안 된다”고 밝히며 상영 취소를 요구했다. 이 단체는 “국론 분열의 핵심이던 다이빙벨 문제를 보도한 당사자(이상호 기자)가 만든 영화”라며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유가족들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부산 해운대가 지역구인 하태경(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뭘 상영하든 영화제 자유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프로그래머 수준이 너무 낮은 거 아닐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영화인들은 “창작과 상영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 영화제에서 보듯, 영화 축제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특수성이 있다”며 “영화를 본 후에 관객이 영화의 가치를 판단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부산영화제 측은 “해당 부문 프로그래머가 선정한 작품을 상영 취소할 수 없다”며 “예정대로 두 차례 상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