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관리형 비대위 체제를 기본으로 해서 당 혁신을 추진해 나겠다고 밝혔다. 분란에 휩싸인 당을 수습하고 내년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일이 급선무지만, 바닥까지 떨어진 당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계파 갈등 해소와 정치 혁신도 포기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에서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전직 시도당위원장 합동회의를 열고 문 위원장 선출 안건을 보고한다.

문 위원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리형 비대위라는 평가에 대해 “동의한다”며 “키워드는 공정성의 확보”라고 말했다. 비대위 구성에서부터 전당대회 관리까지 당 운영에 있어서 공정성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당을 이 꼴로 만든 계파정치를 겨냥한 말로 해석된다.

문 위원장은 “포청천처럼 공정하게 하겠다”며 “내 앞에 계파주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계파 청산을 계속 외쳐왔지만, 최근 당 내홍에서도 확인되듯이 계파주의는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계파패권주의를 극복하지 않고는 당을 수습하는 일도, 내년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도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문 위원장 역시 이런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 위원장은 정치 혁신도 강조했다. 난국을 돌파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으로 정치 혁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당에서 충분히 논의를 해 혁신안을 만들었고 이를 실천하기만 하면 되는데 그동안 실천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국회 도서관장 추천권을 일주일 내로 포기하고, 정책 기능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온 민주정책연구원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을 지내 친노그룹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으면서 합리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5선 의원이다. ‘외모는 장비, 머리는 조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꽉 막힌 정국을 풀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노무현-한화갑’ 연대를 막후에서 성사시켜 이인제 대세론을 무너뜨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김대중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노무현정부에서는 열린우리당 의장(대표) 등을 지냈으며 2012년 대선 패배 후 지난해 1∼5월 비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어 16개월 만에 두 번째 ‘구원투수’ 역할을 하게 됐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