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기관인가, 중국 공산당의 선전기구인가.’

미국과 캐나다, 유럽 국가 등에서 계속해 발생하는 중국 공자학원(孔子學院)에 대한 논란은 이 질문으로 압축된다.

공자학원의 급격한 성장세에 서구 국가들은 중국의 ‘의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독일 등 국가에서는 중국이 공자학원을 통해 문화 교류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산주의 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간첩’ 기능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최근 그 의심은 학문의 영역에서 증폭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시카고대 교수진이 공자학원 퇴출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미국 대학 교수들의 ‘공자학원 철폐운동’은 6월 4만7000여 명이 등록돼 있는 최대 규모의 미국대학교수협회(AAUP)가 “공자학원을 운영 중인 대학은 학원을 폐쇄하거나 운영 규정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불이 붙었다.

AAUP는 성명을 통해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의 산하기관으로 학문의 자유를 무시하고 있으며 공자학원 교수들의 임용과 교육을 통제하고 있다”며 “언론 자유를 중시하는 서방의 가치관을 정확히 반영한 운영 커리큘럼을 공자학원 측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비판적인 교수들은 공자학원 이사장이 류옌둥(劉延東) 중국 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라는 점을 들어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 선전기구’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준 드레이어(외교학) 마이애미대 교수는 “공자학원 수업 땐 달라이 라마를 언급해서는 안 되며 티베트, 중국 군사력 증강, 지도부 내 파벌 등도 금기 주제”라며 “공자학원이 설립돼 있는 대학들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자학원 측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교수들이 제기한 비난을 일축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링컨대 러우융쑤이(樓永綏) 공자학원장은 “중국 정부 측으로부터 정치적 색채의 과목을 가르치라고 지시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달리 양(정치학) 시카고대 교수는 “청원 서명 운동을 벌이는 교수들의 우려는 지나친 것이며, 오히려 그 교수들의 주장이 ‘정치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논란에도 세계 각지에서 공자학원의 설립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85만 명의 학생들이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 중 40%는 미국에 몰려있다. 중국은 2015년 말까지 세계 각국에 60개 공자학원을 추가로 설립, 350개 강좌를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약 23곳의 공자학원이 있어 공자학원 설립 숫자로 태국과 함께 세계 7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계속해서 공자학원 및 공자학원 산하의 중국어 아카데미 숫자는 늘어나고 있으며, 3월 원광대는 국내 최초로 언어나 문화가 아닌 의학이나 생명학 부문 등의 한·중 공동연구를 위한 공자학원 설립을 체결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