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경제산업부 차장

알뜰 주유소, 알뜰폰이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정부의 산업정책 중 대표 성공 사례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승리의 요체는 독과점 시장에 도입한 경쟁유도 정책이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공급자로부터 시장권력을 빼앗아온 게 제대로 먹혔다.

알뜰 주유소는 석유공사가 유가안정과 서민보호의 명분을 내걸고 2011년 12월 1호점을 출범시킨 3년차 사업이다. 출점 1년 만에 800호점을 돌파하고 2년차 들어 1000호점을 넘겼다. 현재 전국 1만3000여 주유소의 약 8%에 해당하는 1087개가 알뜰 주유소다. 알뜰 주유소가 등장하기 전에는 정유 4사의 직영 주유소 및 자영 주유소, 극소수의 독립주유소만 기름밥을 먹고 있었다. 정부는 정유사 독과점을 깨기 위해 그동안 독립 석유수입사를 허용하거나 1개 주유소에서 여러 정유사 기름을 파는 혼합판매 등 갖가지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수 십년 간 구축된 오일 카르텔의 아성을 깨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알뜰 주유소로 시장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알뜰 주유소의 기름값은 일반 주유소보다 ℓ당 평균 43원 싸다. 농협, 도로공사가 직영하는 직영 알뜰 주유소와 나머지 자영 알뜰 주유소의 휘발유 공급 가격은 정유 4사의 일반 주유소 평균 판매가와 비교해 각각 28.2원, 43.8원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자영 알뜰 주유소의 휘발유 값이 정유사 평균가보다 무려 116원이나 쌌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유값이 내려도 국내 기름값은 한참 후에 내리던 지연작전이 사라졌다. 반대로 원유값이 오를 때 상승억제 효과도 발생했다. 이처럼 서민가계의 주름살을 펴주는 데 일조한 알뜰 주유소가 처음부터 순조롭게 정착한 것은 아니다. ‘믿을 수 있고, 싼 기름’이란 신뢰를 얻는 데 시간이 걸렸다. 정유 4사의 견제도 심했다. 하지만 ‘알뜰한 당신’은 알뜰 주유소의 기름값이 시중보다 싸고 주행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곧 알아차렸다. 한 지인은 “일부러 지방출장 갈 날을 기다렸다가 고속도로 (알뜰)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다”고 고백했다.

알뜰폰은 2011년 7월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해 시작된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의 별칭이다. 이통사로부터 네트워크를 임차해 서비스를 하는 형태다. 전용 중소사업자와 대기업·통신사의 자회사뿐 아니라 편의점, 대형마트, 우체국을 통해서도 유통된다. 출범 직후 100만 명을 넘겼던 가입자 수는 지난달 388만 명으로 국내 전체 이동통신가입자 5500만 명의 약 7%에 이른다. 특히 우체국 알뜰폰은 판매 10개월 만에 13만 가입자를 모으며 통신시장의 개혁자로 등장했다. 알뜰폰 인기의 비결은 알뜰 주유소처럼 저렴한 가격에 있다. 통신비가 평균 30% 이상 싸다. 물론 요금제 선택폭이 좁거나 사후 서비스(AS)가 부실한 단점은 극복해야 할 문제다.

양대 알뜰 사업은 시장의 10% 점유율을 노리는 ‘어항 속 메기’다. 다른 고기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어 생태계 전체를 싱싱하게 한다. 소비자의 숨은 욕구를 파악한 틈새 시장 개척도 성공 비결로 분석된다. 다른 분야에서도 알뜰한 당신의 선택권이 더 많이 보장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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