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6일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한국가스공사 신사옥 지하 1층 수영장에서 인부들이 물청소를 하고 있다. 대구 = 박천학 기자

16일 오후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내 한국가스공사 신사옥에선 10월 초 본격 업무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물 오른쪽 지하 1층에 들어서자 사우나실에 버금가는 샤워실과 함께 수영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영장은 길이 25m, 7레인 규모로 인부들이 물청소를 하고 있었다. 다음달 초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공사가 이곳으로 이전해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수영장 운영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당분간 보류됐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당초 수영장을 민간에 위탁해 개방하기로 했으나 정주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도심 접근성이 떨어져 주민들이 이용하기 힘들다”며 “이를 운영하는 데 연간 5억 원 정도 소요돼 수영장을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욱이 공기업 방만 경영에 시선이 곱지 않은 상태에서 수영장 운영을 강행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단 한국가스공사뿐 아니다.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들이 신사옥에 마련한 수영장 운영을 줄줄이 보류하고 있다. 삶의 질을 고려, 신사옥에 수영장을 설치한 곳들도 많은데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버려 두는 입장에 처하게 된 셈이다. 각 지방 혁신도시에 따르면 수영장을 건립한 공공기관은 한국가스공사를 포함해 한국도로공사(경북 김천혁신도시), 한국석유공사(울산혁신도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경남 진주혁신도시) 등 4곳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15억∼20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1월 신사옥 개청식을 하는 한국도로공사 역시 수영장(25m, 6레인)을 건립했지만 개청식 이후 당분간 운영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혁신도시 내 인구 유입으로 최소한의 운영비가 산출되면 시민들에게 개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오는 10월 말 완공되는 신사옥 수영장(25m, 8레인) 운영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당초 설계를 변경해 수영장을 없애려고 했으나 울산시가 지역 주민을 위해 건설을 요청하는 바람에 결국 완공을 했다. 그러나 운영적자 문제를 두고 울산시와 협의 중이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2015년 3월 준공되는 신청사에 수영장(25m, 7레인)을 짓고 있는 LH도 운영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이들 공사들은 주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수영장을 건립했지만 실상 주민들의 수영장 이용 요구는 거의 없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해 지역 주민들과 수영장 이용을 위한 협의를 지자체에서 먼저 나서서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2005년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이 같은 체육시설 건립을 주문했다”며 “그동안 상황이 변하고 공공기관들의 적자구조도 개선되지 않으면서 수영장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